출처: EUROSTAT
2023년 폴란드를 떠나는 우크라이나 난민들
최아영(아시아연구소)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약 1700만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난민이 되어 국경을 넘었다. 그중에서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을 넘어온 우크라이나 난민의 수는 약 1540만명이었다. 그만큼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의 인접국 중에서도 전쟁 직후 가장 많은 수의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했던 나라였다. 2023년 11월 현재 약 630만명의 해외 우크라이나 난민 중에서 약 590만명이 유럽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중 95만명 가량이 폴란드에 등록되어 있다. 폴란드로 넘어온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은 신분증(PESEL) 번호를 부여받으면 취업, 교육, 의료 혜택 등 폴란드 시민이 받을 수 있는 것과 거의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편 2023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폴란드에 머물던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새로운 이주 경로가 형성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독일로 이주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EU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3년 6월 독일에 등록된 우크라이나 난민은 110만 명으로 폴란드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난민 수를 넘어섰다.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독일로 이주하는 이유는 독일이 임금 수준이 더 높고, 무료 독일어 수업 등 독일 정부가 난민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지역으로 폴란드보다 독일을 적합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3년 9월 폴란드가 자국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입 금지조치를 연장하는 문제로 우크라이나와 갈등을 겪는 가운데 2024년부터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정부의 발표가 이어지고, 전쟁이 길어지면서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폴란드 사회의 태도에서 예전에 비해 냉랭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3년 9월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폴란드로 넘어온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수용하던 폴란드 최대 규모의 나다르진(Nadarzyn) 난민 센터를 폐쇄했다. 이 난민 센터는 2022년 봄 9000명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수용한 바 있다.
한편 2023년 10월 15일에 치러진 폴란드 총선에서 집권당인 우파 민족주의 성향의 법과정의당(PiS)을 꺾고 승리한 도날드 투스크(Donald Tusk) 신임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적 지원을 강화하는 것을 우선순위 중 하나로 천명했다. 새 정부의 이러한 기조가 앞으로 폴란드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