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파가 열린다 – 가자지구로의 귀환
김선희(아시아연구소)
이스라엘 총리 네탄냐후가 2026년 1월 26일, 가자지구에 남아 있던 마지막 인질(유해)을 수습했다고 발표한 직후, 라파(Rafah) 국경검문소의 재개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라파 검문소는 전쟁 전에도 가자 주민에게 사실상 밖으로 나가는 마지막 통로였고, 전쟁 중에는 인도적 지원과 환자 이송 등 남쪽으로 피난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생사를 가르는 문이 되었다. 이번 라파 검문소의 개방은 보행자 중심,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철저한 검문 하에 재개된다고 한다.
라파 검문소 재개는 특히 이집트에 머물고 있는 가자 출신 피난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여러 추정치에 따르면 전쟁 국면에서 약 10만 명 안팎의 가자 주민이 이집트로 빠져나온 것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집트에서의 삶은 장기적인 전망이 있는 정착이 아니라, 불안정한 임시적인 체류의 상태였다. 이집트 정부는 이들을 지원하지만, 팔레스타인의 영구 정착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원칙은 이집트 내의 안보 우려와 국내여론은 감안한 것이기도 하고, 가자 주민이 이집트로 집단 이주할 경우 팔레스타인 문제가 영구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서 이집트-팔레스타인 갈등으로 고착될 수 있다는 염려에 의한 정치적 계산에 의거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라파 검문소가 열릴 경우,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돌아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가자로의 귀환은, 말 그대로 폐허로의 귀환일 가능성이 크다. 국제기구의 자료에 의하면 가자 지역의 주걱 기반은 사실상 전면 붕괴의 모습을 보여준다. 2025년 가을 기준으로 가자 주택의 약 92%가 손상 또는 파괴된 것으로 추정되며, 위성에서 관찰된 자료에 의하면 주택이 32만 호 이상 손상되었다. 인구 약 210만 명의 대부분이 반복적 강제이주를 겪었고, 의료체계는 장기간의 공격·봉쇄로 기능이 크게 약화됐다. 환자 이송의 경우, 봉쇄와 제한으로 수천 건의 외부 치료가 적체되어 왔고, 세계보건기구(WHO) 관련 인용에서는 대피(의료후송)를 기다리다 사망한 환자 수가 최소 수백~천 명 수준으로 거론된다. 즉, 라파 재개는 귀환만이 아니라 현재 가자지구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치료와 생존의 통로이기도 하다.
인프라의 붕괴는 숫자로 더욱 명확히 확인된다. 세계은행의 2024년 평가에 따르면, 전쟁 초기 몇 달만으로도 가자 기반시설의 직접 피해는 약 185억 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2022년 서안·가자 GDP 전체에 육박하는 규모라고 보고된다. 전쟁 잔해(debris) 문제만 해도, 2025년 OCHA 인용 자료에서는 수천만 톤 규모의 잔해가 쌓였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 수십 년 간의 제거 기간이 필요하다는 추정이다. 집과 연관된 모든 인프라, 물, 전기, 하수, 병원, 학교, 시장 등이 다 소거된 상태라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들은 여전히 가자 지구로 귀환하여 다시 삶을 일으키려고 한다. 이는 단순한 감정이나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70여 년간 역사적 경험·집단 정체성·법정치적 권리 담론이 겹쳐 형성된 구조적 선택이기 때문이다. 1948년 나크바 이후, 팔레스트인들의 정체성은 가족의 역사와 지명, 토지 문서와 집의 기억을 통해 세대를 넘어 전승되었다. 이들에게 귀환은 생존 전략이자 스스로를 규정하는 정체성의 언어이다. 동시에 귀환은 유엔 총회 결의 194호와 UNRWA 체계가 상징하듯, 아직 종결되지 않은 정치·법적 권리 주장으로 인식된다. “가자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외부의 시선과 달리, 현지인들에게는 가족 공동체, 조상의 묘, 지역 네트워크,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떠나면 이 문제는 역사에서 사라진다’는 두려움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