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시 보호에서 조건부 통합으로 전환되는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난민 정책
최아영(아시아연구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 가장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했던 폴란드는 국경 개방과 임시 보호 부여를 비롯하여 주거·의료·교육·보조금 지원을 포함한 광범위한 난민 지원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난민 정책은 점차 임시 보호에 기반한 예외적 조치에서 벗어나서, 통합을 염두에 둔 제도적 재편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2024년 9월 1일부터 우크라이나 난민 아동의 폴란드 학교 등록이 의무화되었고, 2025년에는 폴란드의 노동시장과 교육 참여를 전제로 한 조건부 통합 모델로 전환되고 있는 경향이 감지된다.
2025년 8월 폴란드의 카롤 나브로츠키(Karol Nawrocki) 대통령은 폴란드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기존의 복지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인에게 사회보장 혜택이 무조건 제공되는 방식에 반대하며, 우크라이나 난민이 기존의 사회보장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폴란드에서 경제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결국 폴란드 정부는 우크라이나 난민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자녀가 폴란드 공교육 시스템에 편입되어있는 경우에 한해 기존의 복지 혜택을 유지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제도적 차원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CUKR 거주 카드 제도의 도입이다. CUKR 카드는 기존의 임시 보호 지위를 사실상 대체하는 3년간 유효한 체류 허가로, PESEL UKR 지위(폴란드 주민등록 시스템)를 가진 우크라이나인을 대상으로 발급된다. 기존의 PESEL UKR 제도와 달리, CUKR 카드 소지자는 별도의 허가나 신고 없이 폴란드 노동 시장에 접근할 수 있으며, 폴란드 국민과 동일한 조건으로 사업체를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또한 솅겐 지역 내에서 체류와 이동의 자유도 확대된다. 이로써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반복적인 임시 보호 연장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보다 안정적인 장기 체류를 할 수 있게 된다.
주거 및 현금 지원 정책 역시 일방적인 시혜에서 통합을 염두에 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폴란드는 대규모로 유입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전쟁 초기부터 운영해왔던 집단거주 시설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있다. 2025년 11월 1일부터는 고령의 연금 수급자, 장애인, 다자녀 가정 등 취약 계층에 한해 국가가 제공하는 공동 거주시설과 식사 지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 외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민간 주택을 임대하여 자립적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폴란드에 거주하는 모든 우크라이나 난민 가정에 지급되었던 보조금(800+ 프로그램) 역시 폴란드에서 취업하거나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경우에만 적용하도록 조정되었다.
이처럼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은 난민에 대한 ‘예외적’ 보호에서 이들을 보편적인 이주 및 체류 시스템으로 편입시키는 방향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이렇게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난민 정책은 노동 시장과 공교육 참여를 조건으로 임시 보호에서 조건부 통합의 단계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폴란드에 필요한 인적자원으로 간주하여 이들의 사회 통합을 위한 제도를 확대하여 이들을 예외적 보호의 대상이 아닌 조건부 통합의 주체로 전환하려는 폴란드의 정책적 인식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