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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31일걸프 국가의 이주 노동자, 이란 전쟁의 또다른 피해자
황의현(아시아연구소)
이란-미국·이스라엘 전쟁이 장기화하며 걸프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인 외국인 노동자들과 이들의 송금에 의존하는 남아시아 국가 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이번 전쟁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노동 공급망과 빈곤 문제를 관통하는 경제적 재앙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걸프 지역에서 일하는 남아시아 출신 노동자들은 약 2,100만 명으로, 걸프 지역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지탱하고 있지만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다. 걸프 국가의 민간인 사망자 대다수가 외국인 노동자다. 자국민이나 외국인 전문직 종사자는 대피할 수 있지만, 건설·물류 등 필수 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폭격 속에서도 현장을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하지 않으면 굶는다”라고 말하며 폭격 속에서도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한다. 배달 노동자의 경우, 배달 건당 수당을 받기에 배달을 멈추면 생계비를 벌 수 없다.
고용주가 이주 노동자의 거주 자격을 결정하는 카팔라(Kafala) 제도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한 예로 쿠웨이트에 주둔하는 미군 기지의 민간 계약직 직원들은 최근 인력 감축 조치로 인해 숙소에 머물러야 했지만, 고용주의 허가 없이 떠날 경우 탈영죄로 체포될 수 있어 사실상 대피하지 못하는 상태에 갇혀 있다.
전쟁은 노동자들의 가족과 지역 사회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 노동자들은 해외로 나갈 때 고리대금업자나 인력 송출 업체에 돈을 빌리고 급여를 받아 갚는다. 그러나 급여를 받지 못하면 빚을 갚지 못하게 된다. 또한 노동자의 송금에 의존하던 가족들도 생계 수단을 상실한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마을 청년들이 보낸 송금이 중단되면서 교육비와 의료비를 내지 못하고 마을 경제 전체가 마비되는 일도 잇따랐다.
남아시아 경제에서 걸프 국가에서 일하는 자국민들이 보내는 송금액은 중요한 자금원이다. 걸프 지역의 임금은 남아시아보다 3~4배 높기에 많은 남아시아인이 걸프 지역에서 일하러 떠나며, 이들이 보내는 송금은 본국의 외환 보유고와 경상 수지에 필수적이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남아시아 5개국이 중동 지역에서부터 받는 송금액은 총 1,030억 달러에 달한다. 인도의 경우 자국민 약 910만 명이 걸프 국가에서 일하며, 연 500억 달러를 본국으로 송금한다. 파키스탄도 송금액이 383억 달러로 GDP의 10%에 달한다. 방글라데시(135억 달러), 스리랑카(80억 달러), 네팔(50억 달러)도 자국민이 보내는 송금이 중요한 자금원이다. 따라서 전쟁이 장기화되어 송금액이 감소하면 남아시아 국가는 재정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경제 분석 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Captial Economics)와 전문가들의 추산에 따르면 전쟁이 길어져 걸프 국가의 GDP가 1~2% 감소하면 송금액은 5%가 감소한다. 인도의 경우 송금액이 10~20% 감소하면 연 50억~1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 전쟁이 3개월 이상 장기화되어 에너지 기반 시설까지 심각한 손상을 입으면 걸프 GDP는 10~15% 급감해 해외 송금액이 약 30% 줄어드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