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야말 지역, 이민자에게 주는 주택 구입 자금 지원 중단… ‘정주성 기반 복지’로 전환
슬랩첸코 바딤(아시아연구소)
러시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가 2026년 1월 1일부터 젊은 부부 주택 지원 프로그램의 수혜 자격을 대폭 강화하면서 이민 정책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번 조치로 야말은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복지 혜택을 국내 거주 기간과 연계한 지역이 되었다.
‘주택자본(жилищный капитал)’은 러시아 각 지역정부가 젊은 부부나 다자녀 가정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제공하는 목적성 지원금이다. 이 자금은 주택 구입, 주택담보대출 상환, 주택 건설 등 주거 관련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수혜자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급되지 않고 판매자나 은행, 건설사에 직접 이체된다. 야말의 경우 부모의 연령과 자녀 수에 따라 최대 300만 루블(약 6,000만 원)까지 지원되어 왔다.
이번 규정 강화의 직접적 계기는 이민자들이 연루된 주택지원금 관련 사기 사건들이었다. 야말 당국은 귀화 직후 서류상 요건만 충족해 주택자본을 취득한 뒤 부당하게 이득을 챙기는 사례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기 사건은 표면적 이유일 뿐, 실제로는 지역 주민들의 누적된 불만이 정책 변화의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한다.
필자 역시 최근 이 문제를 직접 경험했다. 모친의 아파트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구매자는 2012년에 러시아로 귀화한 타지키스탄 출신 젊은 부부였다. 그들은 자기자본이 거의 없었음에도 국가로부터 500만 루블을 지원받아 아파트를 구입했다. 이 소식을 들은 주변 지인들은 “러시아인 젊은 부부들은 좁은 집에서 고생하는데, 외국인들에게 아파트 구입 자금을 주다니”라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러한 개인적 경험이 결코 예외적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 이번 정책 변화를 통해 확인되었다.
새로운 규정에 따르면, 부부 모두 러시아 태생이거나 최소 20년 이상 러시아에 거주한 경우에만 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예외는 오직 새롭게 편입된 영토(우크라이나 합병지역) 주민과 동포 재이주 프로그램 참가자에게만 적용된다. 또한 지원금 사용 기한도 180일에서 120일로 단축되었다. 지역 소셜미디어에는 “드디어!”, “러시아 전역에서 이렇게 해야 한다”, “만세, 무임승차가 끝났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야말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행정 규정 변경을 넘어, 러시아 사회가 복지 정책의 수혜 범위를 재정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기 방지라는 명분 뒤에는 “세금을 낸 토박이 주민이 우선”이라는 여론의 압력이 작용했다. ‘정주성(定住性)’을 기준으로 한 선별적 복지는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러시아의 이민 통합 정책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