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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31일유럽연합, 아프간 이주민 송환을 위해 탈레반 대표단과 회담
황의현(아시아연구소)
2026년 6월 23일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와 15개 EU 회원국 대표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대표단과 회담을 개최했다. 탈레반이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후 탈레반 대표단이 EU의 초청으로 브뤼셀을 방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EU와 회원국들은 탈레반 정권을 아프가니스탄의 합법 정부로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회의를 정치적 협상이나 정부 간 협상으로 규정하지 않고, 아프간 국적자의 “귀환 및 재입국” 문제를 다루는 기술적·실무적 회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의에서는 유럽에서 체류 자격을 상실한 아프간인의 강제송환, 탈레반 당국과의 영사 관계, 유럽 내 탈레반의 외교적·행정적 활동 가능성 등 정치적 파급력이 큰 문제들이 논의되었다. 따라서 이번 회동은 단순한 출입국 행정 협의가 아니라, EU의 아프가니스탄 정책이 인권과 비승인 원칙 중심의 접근에서 이주 통제와 국내 안보를 중시하는 실용적 관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브뤼셀 회의는 갑작스럽게 추진된 단독 행사가 아니라 수개월 동안 이어져 온 EU와 탈레반 간 접촉의 후속 단계였다. 이번 회담에 앞서 2026년 1월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들과 탈레반 당국 사이에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첫 번째 기술회의가 열렸으며, 브뤼셀 회의는 그 후속 단계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 마르쿠스 라메르트(Markus Lammert)는 이 접촉이 탈레반 정권에 대한 승인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EU가 탈레반을 유럽의 중심 도시로 공식 초청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관계를 의미한다.
회담의 핵심 의제는 유럽에서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거나 안보 위협으로 간주되는 아프간인의 송환이었다. 유럽 각국은 특히 중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된 사람을 우선 송환 대상으로 삼겠다고 주장했다. 스웨덴의 경우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고도 실제 추방되지 못한 아프간인이 약 2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정부는 이들을 추방하는 것이 자국민의 안전과 이민제도의 신뢰를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탈레반 측에 전달된 초청장에는 범죄자나 안보 위협 인물만이 아니라 “EU에 체류할 권리가 없는 아프간 국적자”의 송환이 논의 대상이라고 더 폭넓게 기재되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회담의 실질적 목적이 처음에는 중범죄자를 중심으로 설정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난민 신청이 거부된 아프간인 전반의 송환 체계를 마련하는 데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중범죄자 송환”이라는 정치적으로 수용하기 쉬운 논리가 향후 더 광범위한 강제송환의 출발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탈레반 측이 공개한 회의 의제는 EU의 설명보다 넓었다. 대표단을 이끈 탈레반 외무부 대변인 압둘 카하르 발키(Abdul Qahir Balkhi)는 이번 방문을 “역사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회담에서 유럽 내 아프간인을 위한 광범위한 영사 서비스 재개, EU 지역에서의 탈레반 측 영사 대표 활동, 아프간 국적자의 “존엄한 귀환”, 양측 간 신뢰 구축 조치 등이 논의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탈레반이 이번 회담을 통해 단순히 송환 대상자를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유럽에 있는 기존 아프가니스탄 대사관과 영사관의 운영권을 확보하거나 탈레반이 임명한 외교·영사 인력을 인정받고자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EU가 아프간인을 강제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송환 대상자의 국적과 신원을 확인하고, 유효한 여권이 없는 사람에게 임시 여행증명서를 발급하며, 카불 공항에서 입국을 승인할 기관이 필요하다. 탈레반 당국의 협조 없이는 정기적이고 대규모인 송환 체계를 운영하기 어렵다. 탈레반은 이러한 필요성을 활용해 유럽 내 영사권과 외교적 입지를 확대하려고 한다. 따라서 EU가 “기술적 접촉”이라고 부르는 협의가 탈레반 입장에서는 정치적·외교적 정상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협상 통로가 되는 셈이다. EU가 제3국과 체결하는 재입국 협정은 일반적으로 정부 간 합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탈레반과의 합의는 형식적으로 승인이 아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탈레반의 정부 자격을 인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EU가 탈레반과 접촉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아프간인에 대한 송환 결정과 실제 송환 사이에 큰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2024년 EU 국가들로부터 출국 명령을 받은 아프간인 가운데 실제로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간 비율은 약 2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2025년 첫 9개월 동안에는 아프간 국적자 14,270명이 출국 명령을 받았지만 실제 송환된 사람은 약 340명에 그쳤다. 이는 전체 EU의 평균 송환율인 약 29퍼센트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아프간인은 EU에서 난민 신청과 출국 명령을 가장 많이 받는 국적 집단 가운데 하나지만, 탈레반 정권과의 공식 외교관계 부재, 여행증명서 발급 문제,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한 인권·안보 상황 때문에 실제 송환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응해 2025년 10월 EU 19개 회원국과 비회원국인 노르웨이는 EU 집행위원회에 공동서한을 보내 아프간인의 귀환을 촉진하기 위한 공동 대응을 요구했다. 이들 국가는 개별 국가 차원에서 탈레반과 협상하면 정치적 부담이 크고 송환 절차도 일관되게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EU 집행위원회가 탈레반과의 기술 접촉과 재입국 체계를 조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프간인 송환 문제는 유럽 각국의 국내 정치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유럽에서는 이민과 난민 문제가 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고, 극우·민족주의 정당들은 난민 신청이 거부되거나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의 신속한 추방을 요구하면서 지지층을 확대해 왔다. 특히 독일에서는 아프간 국적자가 연루된 강력범죄와 흉기 공격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고, 이러한 사건들은 2025년 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이민정책 논쟁을 격화시켰다. 독일 정부는 이미 카타르 등 제3국의 중재를 이용해 아프간 범죄자들을 전세기로 송환했으며, 장기적으로는 카불까지 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이른바 “추방 항공 다리”를 구축하려 했다. 독일을 비롯한 여러 회원국은 중범죄자와 안보 위협 인물을 대상으로 거의 매주 송환 항공편을 운영할 수 있는 체계를 원하고 있다.
EU의 정책 변화는 탈레반에 대한 긍정적 평가나 탈레반의 인권정책 개선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EU는 탈레반이 여성과 소녀의 중등·고등교육을 금지하고, 여성의 취업과 이동, 공공생활 참여를 제한하며, 언론·시민사회·정치적 반대 세력을 억압하고 있다는 기존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정책 변화의 핵심은 탈레반 정권이 가까운 시일 안에 붕괴하거나 대체될 가능성이 낮다는 현실을 유럽 국가들이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노르웨이와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이미 탈레반이 임명하거나 승인한 관계자들이 아프가니스탄 외교공관에서 영사 업무를 담당하도록 허용해 왔다. 이는 여권 갱신이나 출생·혼인 증명, 여행증명서 발급 등 유럽에 거주하는 아프간인들의 현실적인 행정 수요를 처리하기 위한 조치였다. 스위스도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기 위해 카불에서 개발협력 기관의 활동을 재개했다. 이처럼 유럽의 대아프가니스탄 정책은 공식 승인과 전면적 고립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정치적 승인은 보류하되 필요한 분야에서는 탈레반과 접촉하는 “운영적 관여”로 변화했다.
여기에 이민 문제를 둘러싼 국내 정치적 압력이 결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했다. 유럽에서 극우 정당과 반이민 정서가 성장하면서 중도 정당들 역시 보다 강경한 국경·송환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탈레반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데 따른 외교적·도덕적 비용보다, 범죄자나 체류 자격이 없는 사람을 추방하지 못했을 때 발생하는 국내 정치적 비용이 더 크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EU 이민담당 집행위원 마그누스 브루너(Magnus Brunner)는 불법체류자의 귀환을 위해서는 탈레반과 이야기하는 것 외에 현실적인 대안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즉 EU가 탈레반에 대한 원칙적 평가를 바꿨다기보다, 이민정책의 집행 가능성과 국내 정치적 안정이 탈레반 고립 원칙보다 우선되는 상황이 형성된 것이다.
EU가 탈레반과 접촉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개별 회원국의 독자 협상을 EU 차원에서 조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처럼 자체적으로 송환을 추진하는 국가가 늘어나면 탈레반은 국가별로 상이한 조건과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 송환 대상자의 신원 확인 기준, 여행증명서 발급 방식, 항공편 수용 절차, 송환 후 처우에 대한 확인 방식도 국가마다 달라질 수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공동 협상틀을 마련함으로써 탈레반에 대한 회원국들의 협상력을 높이고 송환정책을 일관되게 운영하려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탈레반에도 상당한 이익을 제공한다. 탈레반은 이주관리 협력을 서방과의 관계 개선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탈레반의 주요 목표는 국제적 승인뿐 아니라 제재 완화, 해외에 동결된 아프가니스탄 국가자산의 해제, 개발원조와 금융거래의 재개이다. 유럽이 송환을 위해 탈레반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면 탈레반은 향후 영사관 운영권, 외교관 비자, 개발원조, 금융지원, 제재 완화 등을 협상의 조건으로 제시할 수 있다. 송환 협력은 탈레반에게 국제적 고립을 단계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입구가 되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브뤼셀 회의가 정치적 약속이나 재정적 보상을 포함하지 않는 기술적 대화라고 설명했지만, EU가 다른 제3국들과 체결한 이주·재입국 협정에서는 개발원조, 무역혜택, 비자정책, 장비 제공, 국경관리 지원 등이 상대국의 협력을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EU가 송환 실적을 높이는 것을 정치적 우선순위로 삼을수록 탈레반의 협상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EU의 이번 회담은 인권단체와 난민보호단체 등에게서 큰 비판을 초래했다. 탈레반이 여전히 여성과 소녀의 교육·취업·이동을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여성의 공적 생활을 사실상 제거하는 정책을 시행하며, 종교적·민족적 소수자, 성소수자, 언론인, 활동가, 전 정부 관계자, 서방 국가와 협력했던 사람들도 박해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아프간인을 강제로 송환하는 것은 박해나 고문을 받을 위험이 있는 장소로 사람을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국제난민법의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소지를 안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모든 송환 결정은 EU법과 국제법, 기본권 원칙에 부합해야 하며 개별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탈레반과 송환 체계를 제도화하는 것 자체가 장기적으로 개별 심사를 약화시키고 송환 대상을 확대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EU 집행위원회는 중범죄자와 안보 위협 인물만이 송환 대상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회담에서는 체류 권리가 없는 아프간인 전체가 논의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송환에 필요한 행정적·외교적 통로가 구축되면, 난민 신청이 거부된 사람이나 체류허가가 만료된 사람, 경미한 범죄 전력이 있는 사람까지 대상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탈레반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할 위험성도 있다. 탈레반은 공식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도 유럽의 주요 행위자와 정기적으로 회의하고, 자국민의 국적과 신원을 확인하며, 유럽 내 영사 서비스를 운영하는 권한을 확보할 수 있다. EU가 이러한 기능을 인정할수록 공식적인 법적 승인과 실질적인 정치적 승인 사이의 차이는 점차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대화를 반복하고 탈레반을 정상적인 행정 파트너로 대하면 탈레반 대표들을 결국 다른 국가의 지도자나 외교관과 유사하게 대우하는 것과 비슷해진다.
탈레반이 유럽 내 영사 서비스를 담당하는 문제도 심각한 보호 위험을 수반한다. 유럽에 거주하는 아프간 난민 가운데 상당수는 탈레반의 박해를 피해 탈출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여권 갱신, 가족관계 증명, 재산문서 발급 등을 위해 탈레반이 운영하는 공관에 개인정보를 제출해야 한다면 본인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있는 가족도 감시나 보복에 노출될 수 있다. 탈레반은 영사망을 통해 반대파, 언론인, 여성활동가, 전 정부 인사, 소수자 공동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