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도 5월호: ‘기후이주’ 개념을 다시 묻다
2026년 5월 31일
중앙아시아센터 이주난민연구단 제22회 전문가초청특별강연
2026년 6월 2일“Kaere!” 재일코리안의 재가시화와 재낙인화
김유나(아시아연구소)
5월 7일,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 이주·난민연구단, 아시아이주센터, 환경대학원 BK21은 University of Notre Dame의 Sharon Yoon 교수를 초청해 「Racial Exorcism & Episodic Re-stigmatization: Anti-Korean Hate Speech in Japan from the Colonial to the Digital Era」를 주제로 콜로키움을 개최했다. 이번 강연은 재일코리안을 둘러싼 반한 혐오 발화가 식민지 시기부터 디지털 시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반복되고 변형되어 왔는지를 살펴보며, 동화와 통합이 곧 차별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재일코리안은 오랜 기간 일본 사회에 정착해 왔고, 일상적으로는 일본 사회 내부에 깊숙이 통합되어 있으며, 때로는 ‘비가시적’ 존재로 살아간다. 그럼에도 특정한 역사적·정치적 국면에서 이들은 다시 ‘코리안’으로 호명되고, 외부자이자 위협적인 존재로 재낙인화된다. 이민자 집단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주류 사회에 통합되고, 차이의 표지가 약화되며, 결과적으로 차별의 대상에서 멀어진다는 고전적 동화론의 전제를 흔드는 사례다. 이 사례는 차이가 보이기 때문에 차별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차이를 다시 보이게 만드는 사회적 장치가 작동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여기서 ‘가시성 체제(visibility regime)’와 ‘인종적 축출(racial exorcism)’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가시성 체제란 특정 소수자를 위험하고 통제되어야 할 대상으로 표시하는 공간적·제도적·사회적 인프라를 의미한다. 재일코리안은 평상시에는 일본 사회 안에 동화된 존재로 비가시화되지만, 정치적 위기나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때 다시 과도하게 가시화된다. 이때 가시화는 인정이나 대표의 방식이 아니라, 감시와 통제, 배제의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 “Kaere”, 즉 “돌아가라”라는 구호다. 많은 재일코리안의 일본 정착은 자발적 이주라기보다 제국주의, 식민지 지배, 전쟁, 강제적·구조적 이동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Kaere”는 일본 사회 안에서 이들의 소속을 부정하고, 이들을 국민적 공동체 밖으로 상징적으로 추방하는 발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는 재일코리안을 오염된 존재, 위협적인 존재로 지목하고, 그들을 배제함으로써 일본 사회의 순수성과 정상성을 회복하려는 의례적 장치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인종적 축출’로도 볼 수 있다. ‘인종적 축출’은 특정 집단을 사회 내부의 오염이나 위협으로 표상하고, 그들을 상징적으로 몰아냄으로써 공동체의 순수성과 정상성을 회복하려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 장치는 세 시기에 걸쳐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 식민지 시기에는 국가와 제도가 핵심 행위자였다. 조선인은 일본 제국의 신민으로 포섭되었지만, 그 포섭은 평등한 시민권의 보장이 아니라 강제적 동화와 감시의 형태를 띠었다. 창씨개명, 일본어 교육, 국가신도 의례, 경찰 감시 등은 조선인의 차이를 지우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그러나 동시에 정치적 위기 상황에서는 이들을 위험한 집단으로 다시 드러나게 만들었다.
전후 시기에는 차별의 양상이 보다 일상적이고 대면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재일코리안은 일본 국적을 상실하고 ‘외국인’으로 재분류되었으며, 제도적 권리의 일부를 획득해 나갔음에도 사회적 관계 속에서는 여전히 배제의 대상이 되었다. 학교, 친구 관계, 직장, 이웃 관계와 같은 친밀한 공간에서 “Kaere”는 재일코리안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말라는 경고로 작동했다.
디지털 시대에는 이러한 배제가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을 넘나들며 확산된다. 온라인 혐오 댓글, 시위, 코리아타운이나 조선학교를 겨냥한 공격은 특정 개인에게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재일코리안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혐오 발화는 공개적이고 반복적으로 축적되며, 재일코리안은 언제 어디서 자신의 정체성이 공격의 표적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태에 놓인다. 그 결과 자기검열, 이름의 변경, 정체성 은폐, 온라인 발화의 제한과 같은 방식으로 스스로를 감추는 전략이 강화된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소수자가 주류 사회에 언어적·문화적으로 동화되고, 제도적으로 일정한 권리를 획득하며, 외형상 차이가 희미해졌다고 해서 차별의 구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평상시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로 머물러야 하고, 위기의 순간에는 다시 위험한 타자로 호출되는 구조 속에서 소수자는 안정적인 소속감을 갖기 어렵다.
이는 한국 사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 역시 이주민, 난민, 화교, 고려인, 조선족, 다문화가정, 무슬림 등 다양한 소수자 집단과 함께 살아간다. 그러나 사회적 위기나 갈등의 순간마다 특정 집단을 외부자이자 위협으로 재가시화하는 방식은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소수자가 얼마나 동화되었는지를 묻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역사적 기억과 제도적 조건, 사회적 담론이 이들을 반복적으로 배제 가능한 대상으로 만드는지를 분석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