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아프리카 이주 노동자 유입 증가세…기후 변화로 인한 ‘기후 난민’ 물결도 예상
슬랩첸코 바딤(아시아연구소)
러시아 기업들이 심각한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겪으면서 아프리카 지역 노동자 채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 대형 인재 채용 기관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아프리카 노동자 대상 구인 광고가 크게 늘어났다. 특히 케냐의 경우 구인 건수가 161건에서 6,400건으로 39배 증가했으며, 짐바브웨(15배 증가, 165건), 카메룬(9배 증가, 130건), 잠비아(8배 증가, 224건) 등에서도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러시아 기업들은 처음으로 네팔, 바하마, 바베이도스, 말라위, 아이슬란드, 시에라리온, 가봉,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새로운 국가들에서도 인력 모집을 시작했다.
러시아 고용주들이 주로 찾는 인력은 고객 관리자, IT 인력, 마케팅 담당자, 예술 및 미디어 분야 전문가, 사무직, 일반 노동자 및 건설 근로자 등이다. 과학 및 교육 분야 외국인 전문가 초청은 2배 증가했으며, 외국인 노동자(68% 증가), 농업 인력(63% 증가), 원자재 채굴 및 건설 분야(각각 53%, 51% 증가) 수요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노동자들이 러시아를 선호하는 이유로 임금 상승을 꼽았다. 하지만 이들은 러시아 시장에서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민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노동 이주와 더불어 ‘기후 난민’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러시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카자흐스탄 남부와 우즈베키스탄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대규모 이주민이 러시아로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지역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향후 10년 내 농업 활동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 지역 연평균 기온이 +43°C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중앙아시아에서는 생존을 위해 이주할 수밖에 없는 주민들이 늘어날 뿐 아니라 물과 토지를 둘러싼 분쟁도 우려된다. 한 예로 인도는 지난 4월 +62°C까지 오르는 폭염을 겪었고, 이로 인해 1억 2천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중앙아시아에서는 이미 수자원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2021~2022년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국경에서는 물 분쟁으로 세 차례 무력 충돌이 있었다. 중앙아시아 인구가 증가할수록 기후 변화로 인한 자원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러시아는 일자리를 찾아 이주하는 아프리카 노동자와 함께, 기후 변화로 살 곳을 잃은 ‘기후 난민’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이주 물결에 직면할 전망이다. 노동력 부족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이러한 급격한 인구 유입이 러시아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한 이주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장기적 추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 러시아의 이주 정책 및 사회 통합 방안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