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이후, 돌아오려는 시리아 난민들과 그들을 가로막는 걸림돌
황의현(아시아연구소)
내전이 끝난 뒤 시리아로 돌아가는 난민들의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UN난민기구에 따르면 지난 12월 바샤르 알아사드(Bashar al-Asad) 정권이 무너지고 2025년 3월까지 약 120만 명의 난민과 국내피난민이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 중 국내피난민은 약 88만 명, 국외 난민은 30만 명이다. 국제이주기구는 국외 난민 중 절반은 레바논에서 돌아온 난민이며, 22%가 튀르키예, 13%가 요르단에서 돌아왔다고 밝혔다.
시리아 난민의 귀환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UN난민기구는 2025년 내로 난민과 국내피난민 약 350만 명이 돌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귀환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은 난민의 실제 여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3월 UN난민기구가 난민캠프에 머무르는 난민 4,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돌아갈 것이라고 응답했는데, 이는 지난 2024년 4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7%가 돌아갈 뜻을 밝힌 것과 크게 대비되는 결과다. 특히 돌아가겠다고 밝힌 난민 중 1년 내로 귀환하려는 난민의 비율은 2024년 4월 조사에서는 1.7%에 불과했지만 2025년 3월 조사에서는 27%까지 올랐다. 한편 2025년 1~2월 UN난민기구가 시리아 국내피난민을 대상으로 수행된 조사에서도 약 100만 명이 올해 내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몇 년 간 아사드 정권은 난민의 귀환을 적극 장려하고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돌아간 난민은 적었다. 아사드 정권은 난민이 귀환하기 전에 신원 조회를 받을 것을 의무화했으며, 신원 조회 결과 난민이 반정부 시위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으면 귀환이 불허되었다. 설령 귀환이 허가되었더라도 아사드 정권은 해외로 떠난 난민을 잠재적 반정부 세력으로 보고 돌아온 난민들을 체포하고 탄압했다. 이에 많은 난민이 아사드 정권이 건재하던 때는 정치적 이유로 귀환을 포기했으나, 아사드 정권이 붕괴된 지금은 시리아 국내 상황을 훨씬 더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난민의 귀환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여전히 많다. 14년의 전쟁으로 국토 대부분이 파괴된 상황에서 귀환 난민 가운데 약 25%는 파괴된 건물에 살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은행은 2017년에 시리아의 주택 1/3과 의료시설 및 교육시설 절반이 파괴되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많은 난민은 돌아가더라도 집을 재건할 경제적 능력이 없다. 또한 경제적 기반이 파괴된 시리아로 돌아가면 일자리 부족과 빈곤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현재 시리아 인구의 90%가 빈곤층으로 분류되며 70%는 구호에 의존해서 생활하고 있다.
많은 난민이 오랜 기간 피난처에서 생활하며 이미 갖추어진 정착 기반을 다시 버리고 모든 것이 파괴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특히 아동과 십대 청소년들은 피난처에서 태어나고 자라 시리아 국내에서 생활한 기억과 경험이 없기에, 시리아로 돌아가는 것은 아이들에게 생활 환경 급변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 위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