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현(아시아연구소)
인구 600만 명인 레바논에는 UN난민기구(UNHCR)에 등록된 난민 약 80만 명 외에도 등록되지 않은 난민까지 합치면 최대 200만 명의 시리아인이 머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레바논은 세계에서 1인당 난민 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최근 들어 시리아 난민을 강제로 귀환시키려는 레바논 당국의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 경제난에 시달리는 레바논에서는 시리아 난민들이 조속히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2022년 레바논 정부는 시리아 정부와 공조하여 매달 시리아 난민 15,000명을 시리아로 돌려보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난민 송환은 귀환시킬 난민 명단을 시리아 정부에 제공하면 시리아 정부가 보안 검사 이후에 수용할 난민 명단을 레바논 정부에 제출한다는 것이 레바논과 시리아 정부의 게획이다. 이 계획은 아직까지 실행되고 있지 않지만, 시리아인에 대한 레바논 정부의 통제는 여러 측면에서 강화되고 있다. 2023년 레바논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시리아인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것을 지시했으며, UNHCR에는 동릭된 난민 정부를 넘기고 시리아와 레바논을 오가는 시리아인의 난민 지위는 박탈할 것을 요구했다. UNHCR에 등록된 난민은 강제 송환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 레바논 정부의 설명이지만, UNHCR은 정식으로 등록된 난민이라도 강제 송환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고 밝혔다.
레바논 정부는 귀환하기를 원하는 난민들만을 안전한 지역으로 돌려보내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리아 정부 역시 귀환하는 난민들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앰네스티(Amnesty)는 많은 난민에게 시리아는 여전히 안전하지 않은 지역이라고 지적한다. 앰네스티에 따르면 귀환한 난민들이 체포, 구금, 고문당하거나 젊은 청년들이 징집되어 전장으로 끌려갈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레바논 정치인들 또한 시리아 난민에 공공연히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5월 13일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Hassan Nasrallah)는 레바논에 머무르는 시리아인 대다수는 난민이 아니라 경제적 목적으로 이주한 이민자들이며, 레바논에서 벌어들인 달러를 시리아로 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5월 유럽연합(EU)이 국경에 대한 레바논 정부의 통제력을 강화시킨다는 이유로 레바논에 10억 6,000만 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히자, 레바논 정치인들은 유럽연합의 지원이 난민을 수용하는 대가로 레바논 정부에 주는 뇌물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정치인들은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외부 원조나 지원이 아닌 난민들, 특히 시리아 난민들을 시리아로 돌려보내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