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가뭄이 닥친 이라크와 시리아, 농촌 이주민 증가 가능성
황의현(아시아연구소)
이라크와 시리아가 최악의 가뭄에 직면했다. 이라크에서는 겨울 강수량이 줄어들어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의 수량이 최대 27% 감소해 1933년 이후 최악의 가뭄이 발생했다. 강이 고갈되며 강물에 의존하던 남부 지역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중부 디카르(Dhi Qar) 주에서는 1만 가구 이상이 고향을 떠났으며, 이미 만성적인 물 부족과 수질 오염에 시달리고 있던 바스라는 가뭄까지 겹치면서 시민들은 물 배급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라크 수자원부는 가뭄으로 인해 9월로 예정되어 있던 작물 경작 계획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또한 상류에서 유입되는 물은 줄어드는데 샤트 알아랍(Shat al-Arab) 수로를 통해 바다에서 역류하는 해수량은 늘어나 염화 현상은 더욱더 심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스라의 물 부족 사태가 가뭄과 기후 변화의 결과만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수자원 인프라 구축과 물 부족 해결에 대한 정부와 정치인들의 무관심과 부패가 가뭄 피해를 더욱 극대화한 요인이다. 담수화 시설 등 남부 지역의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수립된 수자원 시설 건설 계획은 지역 기업과 정치인들의 유착으로 인해 지연되거나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튀르키예와 이란은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강 상류에 댐을 건설해 강물이 이라크로 유입되지 못하도록 막고 있지만, 이라크 정부는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2050년에는 현재 관개 농지의 약 30%는 농사가 불가능한 땅이 될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전망했으며, 이로 인해 농업 부문의 비숙련 노동력 수요는 12% 감소해 농촌 실업 문제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업 부문의 피해는 이라크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세계은행은 2050년에는 물 부족으로 인해 이라크의 실질 GDP가 최대 4% 감소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시리아에서도 수십 년만의 최악의 가뭄이 발생했다. 2025년 초 강수량이 1997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농민들은 거의 모든 작물을 잃었다. 빗물에 의존하는 밀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으면서 막대한 타격을 입었지만, 시리아 정부는 농민들이 가뭄 피해를 부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매가와 보조금을 제시했다. 심지어 관개 수로에 의존하는 농민들도 연료비 부족으로 충분한 물을 쓰지 못해 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남부 다르아 지역에서는 빗물에 의존하는 밀 농사의 수확량은 거의 0에 가까웠고, 관개 농업의 수확량은 약 50% 감소했다.
기후변화로 남부 다르아 지역에서는 우기도 달라졌다. 겨울에 주로 내리던 비는 이제 1~2월에 내리기 시작해 4~5월에야 그친다. 이로 인해 원래 겨울에 재배하던 밀 농사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가뭄과 기후 변화로 농경지의 토양이 크게 훼손되었으며, 무분별한 관개와 지하수 사용으로 지하수도 감소했다고 지적한다. 전통적인 관개 방식의 비효율성, 잘못된 비료 사용 등도 생산비 증가를 초래해 농업 생산성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미 고온건조한 기후대로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리는 중동 지역이 기후 온난화로 인해 강수량이 더 감소하면 물 부족 문제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중동의 많은 농촌에서 더 농사를 지을 수 없어 도시로 이주하는 농민도 늘어날 것이다. 농촌 이주민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인구 과밀, 일자리와 인프라 부족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중동 도시의 사회경제적 문제 위험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기후 온난화가 중동 정치 및 사회적 불안정에 미칠 영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