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키스탄의 아프가니스탄 난민 추방과 흔들리는 난민 보호의 원칙
최아영(아시아연구소)
전 세계 아프가니스탄 난민의 86%는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댄 이란,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등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이 세 국가에서 일제히 아프간 난민 추방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란은 2025년 6월 이스라엘과의 전쟁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간첩행위와 불법 체류를 명목으로 약 41만의 아프간 난민들을 강제 송환했다. 파키스탄도 불법 체류 외국인 송환 계획을 추진하면서 수십만 명의 아프간인들이 국경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현재 중앙아시아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국가인 타지키스탄(약 12900명)에서도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에 대한 추방이 이어지고 있다. 아프간 난민들은 직장에서 곧바로 연행되기도 하고, 가족들에게 이 사실이 통보되지도 않는 경우도 있다. 캐나다로 재정착하기 위해 이주를 준비하던 아프간 난민들까지 추방의 대상이 되고 있다. IOM에 따르면 2025년 7월 17일~8월 10일 사이 약 976명의 아프간인들이 타지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 검문소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으로 강제 송환되었다. 문제는 타지키스탄 정부가 발급한 합법적 난민신분증을 소지한 이들조차 이러한 조치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난민 인정률이 사실상 100%에 달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법적 지위가 보장되던 타지키스탄에서 이제 합법적인 난민까지 보호받지 못한 채 추방당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타지키스탄 정부는 체류 규정 위반, 위조문서 제출, 불법 마약 유통, 극단주의 이념 전파 등을 추방의 사유로 제시한다. 이는 중앙아시아 국가 중에서 아프가니스탄과 가장 긴 국경을 맞대고 있는 타지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을 통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조직의 침투와 마약 밀거래를 국가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는 맥락과 맞닿아 있다. 특히 이슬람 원리주의의 확산을 강하게 경계하는 타지키스탄은 남성이 수염을 특정한 형태로 기르는 것, 여성이 전신을 감싸는 검은 이슬람식 복장을 하는 것까지 극단주의 이슬람을 조장하고 전파하는 것으로 간주한 바 있다. 이러한 안보적 우려와 함께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늘어난 아프간 난민 유입 또한 추방 조치 강화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2024년 타지키스탄으로 새롭게 유입된 아프간 난민의 수는 전년 대비 5배에 달했다. 경제규모가 작고, 발전수준이 낮은 타지키스탄에서 난민 유입의 증가는 커다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적 상황과 맞물려 외부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타지키스탄은 그동안 아프가니스탄 내 타지크인에 대한 차별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며 중앙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뚜렷한 반(反)탈레반 기조를 유지해왔다. 2021년 이후 탈레반 정권을 공식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탈레반 정권을 아프가니스탄의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면서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타지키스탄의 아프간 난민에 대한 입장에 일정한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타지키스탄 정부의 거듭되는 아프가니스탄 난민 강제송환을 두고 국제법이 규정한 난민보호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강제송환금지 원칙(principle of non-refoulement)을 위반한 것이라며 강제송환 행위를 중단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탈레반 정권을 피해서 타지키스탄으로 피신한 아프간인들 중에는 탈레반 집권 이전 아프가니스탄 정부에서 근무했던 공무원, 기독교로 개종한 이들, 그리고 탈레반에 의해 집단학살의 위협을 받아온 소수민족 하자라인들도 있어서 이들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송환될 경우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러시아를 필두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과의 관계에서 점차 실용적인 외교노선으로 전환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아프간 난민이 살고 있고, 아프가니스탄과 가장 긴 국경을 접하고 있는 타지키스탄의 난민 정책은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중앙아시아에서 난민 보호 원칙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될지를 보여주는 단초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