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을 추방하려고 하는가?
황의현(아시아연구소)
2025년 8월, AP통신 등 외신은 이스라엘 고위층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을 남수단으로 강제 추방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남수단을 대변해 활동하는 로비스트 조에 슬라빅(Joe Szlavik) 또한 남수단 관계자들로부터 비슷한 계획에 관해 들었다으며, 이스라엘 대표단이 팔레스타인인 수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남수단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샤렌 하스켈(Sharren Haskel) 이스라엘 외무부 차관이 정부 고위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남수단을 방문하고, 기데온 사르(Gideon Saar) 외무부 장관이 예루살렘에서 남수단 외무부 장관을 만나는 등 이스라엘과 남수단의 외교적 접촉이 활발해지자 의혹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남수단 정부는 의혹을 즉각 부인했다.
남수단이 거론되기 전에도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을 강제 추방해 수용할 곳을 물색했다. 2023년 10월에는 이스라엘 정보부에서 유출된 문건에 팔레스타인인을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강제 이주시키는 방안이 담겨 있어 사실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어났다. 문건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대외 부채를 대신 갚아 주고 자금까지 추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해 이집트가 팔레스타인인을 수용하도록 설득할 계획도 준비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문건이 단순한 미래 전망을 담고 있을 뿐이며 어떤 정책도 아니었다고 밝혔으며, 이집트 정부는 팔레스타인인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제 추방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이스라엘 고위급 인사들은 팔레스타인을 가자지구에서 추방하는 데 거리낌 없어 보인다. 2023년 11월 길라 가믈리엘(Gila Gamliel) 정보부 장관이 국제사회가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다면 팔레스타인인을 자국에 재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인 강제 추방을 앞장서서 주도하는 인물들은 현 내각의 대표적 강경 극우파 정치인인 이타마르 벤그비르(Itamar Ben-Gvir) 국가안보부 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흐(Bezalel Smotrich) 재무부 장관이다. 벤그비르는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추방하고 유대인 정착촌을 재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스모트리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장악한 뒤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다른 국가로 떠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총리 또한 2025년 6월 “팔레스타인인이 원한다면 떠날 기회를 주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1993년 오슬로 협정에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고 양국이 서로 존재를 인정하기로 합의했지만, ‘두 국가 해결책’이라고 불린 오슬로 협정의 합의는 지금 유명무실한 상태다. 협정을 이끌었던 평화주의 진영은 현재 이스라엘에서 힘을 잃었고, 이스라엘 사회가 우경화하는 경향 속에서 네타냐후가 이끄는 강경 우익 성향의 리쿠드당과 벤그비르와 스모트리흐가 대표하는 종교적 시온주의자들이 정치적 주도권을 잡았다.
리쿠드당과 동맹인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 종교적 시온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책을 고수하며,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도 유대인의 역사적 영토로서 이스라엘이 완전히 병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에서 자신을 종교적 시온주의자로 분류하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약 20%에 달하며, 특히 70만 명에 달하는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민들이 종교적 시온주의의 핵심 지지층을 구성한다. 현재 이스라엘 의회에서 종교적 시온주의 정당은 7석으로 리쿠드와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과 함께 집권 여당을 구성한다. 네타냐후는 종교적 시온주의자들과 이념적으로 같은 선상에 있을 뿐만 아니라 총리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정착촌 건설은 우파와 종교적 시온주의자들이 이스라엘의 서안지구 지배를 기정사실화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관할 영토를 잠식하는 전략으로, 8월 스모트리흐는 수천 채 규모의 정착촌을 승인할 것이라고 밝히며 정착촌 확장이 “팔레스타인 국가를 지워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직접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정착촌을 재건하려는 것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가의 영토가 될 가자지구를 장악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려는 목적이다.
문제는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살고 있는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다. 이스라엘을 유대 국가라고 확고하게 믿는 우파와 종교적 시온주의자들은 팔레스타인인에 이스라엘 국민과 같은 권리를 부여할 뜻은 전혀 없다. 따라서 서안지구와 가자지구를 아우르는 대(大)이스라엘이라는 꿈을 달성하면서 유대 국가로서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지키는 길은 하나, 팔레스타인인이 사라지는 것이다. 바로 이들이 지금 이스라엘의 정책을 결정할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은 1948년의 나크바(Nakba), 즉 1948년 1차 중동전쟁에서 패배한 뒤 팔레스타인 수십만 명이 난민이 된 사건 이래로 다시 난민으로 전락할 위기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