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19일 폴란드 바르샤바의 한 스타디움에서 고용 허가, 건강 보험, 교육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 폴란드 신분(ID) 신청 철자에 대해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안내 받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Vorozhko, T. 2022. “How Displaced Ukrainians in Poland Find Work While Benefiting Its Economy.” Voice of America, October 01. https://www.voanews.com/a/how-displaced-ukrainians-in-poland-find-work-while-benefiting-its-economy/6771810.html)
우크라이나 난민의 경제 활동: 폴란드 고용 시장 참여 현황
김선희(아시아연구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유럽 전역에서 피난처를 찾았다. 그 중 폴란드가 약 백만명 가까이 가장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하며, 전쟁 피난민들이 삶을 재건하는 주요 거점이 되었다. 폴란드는 다른 유럽의 난민 수용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경제 활동의 비율이 비교적 높다. 경제활동이 가능한 연령의 난민 중 약 70%가 다양한 고용의 형태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고용률(59%)가 남성(48%)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고무적인 수치 이면에는 난민들이 수용국내 경제 활동에서 겪는 어려움이 숨겨져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갖게 되는 직업은 저임금, 저숙련 직종에 집중되어 있으며, 단기 고용 형태를 띄고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하고 취득했던 기술 및 자격증 등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주로 서비스, 교육, 의료 분야, 남성은 건설, 운송, 제조업에 집중되어 있다. 일일 노동 혹은 소규모 자영업 등에 고용되는 등의 단기적이고 비정규적인 노동은 많은 난민들에게 즉각적인 생계의 기반을 제공해 주는 측면이 있지만, 이런 고용의 형태로는 장기적인 삶의 기반을 마련하기에는 역부족이고 이는 난민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우크라이나 난민이 고용에서 맞이하는 문제들: 언어 장벽, 자격 인증, 보육, 차별
고용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 장벽으로 꼽힌다. 폴란드어를 구사할 줄 아는 것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직업, 무엇보다 높은 임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고하고 단순 비정규직이 아닌 보다 안정적인 직종에서 장기적으로 훈련 받고, 폴란드인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한다. 실제로 폴란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난민들이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고용률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보고 된다. 지역 구호 시민 단체들이 언어 교육을 제공하고 있으나 많은 난민들이 기술, 능력 개발보다는 즉각적인 생계를 우선시 할 수 밖에 없어 직업 전망이 제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언어 장벽 이외에도 고학력, 전문직 난민들은 자격 인증 문제로 인해 고용 시장에서 좌절을 겪는 경우가 많다. 폴란드에서는 아직 교육, 의료 분야 등에서의 우크라이나 자격증을 인정해주지 않아 자신이 훈련 받은 전문 분야 및 전공을 살려 직종을 선택할 수 있는 사례는 드물다. 많은 전문직 출신의 난민들은 본인의 전문성과 무관한 소매업, 제조업, 육체 노동 등의 단기, 비전문직, 비정규직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난민 노동력의 80%를 차지하는 여성들은 육아와 돌봄의 의무도 떠맡고 있어 고용 시장 진입에 또 다른 차원의 어려움을 겪는다. 어린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저렴한 보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노동이 가능한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 더욱 도전적인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소도시와 농촌 지역에서, 난민들은 직장에서의 차별을 경험했다고 보고한다. 이들은 현지 노동자에 비해 낮은 임금, 적은 승진 기회, 경우에 따라 노골적인 적대감을 자주 겪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고용의 어려움은 폴란드에 거주한 기간이 길수록 완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19~24개월 동안 폴란드에 거주한 난민의 고용률은 약 94%에 달한 반면, 6개월 미만 거주한 난민의 고용률은 53%에 그쳤다. 이러한 경향은 우크라이나 난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혹은 장기적인 삶의 터전을 폴란드로 결정하면서 현지 규범에 대한 적응, 언어 능력 향상, 지원 네트워크 구축 등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