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1000일: 실향민들의 귀향 행렬, 양측의 엇갈린 시각
슬랩첸코 바딤(아시아연구소)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수백만 명의 실향민들이 발생한 가운데, 일부 주민들의 점령지역(새로 편입된 지역 / 러시아의 지칭방식) 귀환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첨예한 해석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여당 ‘국민의 종(Слуга народу)’ 소속 막심 트카첸코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15만 명의 국내 실향민이 러시아 점령지역으로 귀환했으며, 이 중 7만 명이 마리우폴로 돌아간 것으로 집계됐다.
트카첸코 의원은 이러한 대규모 귀환의 근본적 원인이 우크라이나 정부의 미흡한 지원 정책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실향민들은 정부로부터 적절한 주거 지원과 사회 보장을 받지 못했으며, 취업 시장에서도 심각한 차별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특히 안전지대로 분류된 지역의 월세가 최소 1만 그리브나(약 40만원)에 달하는 반면, 실향민들의 평균 임금은 8천-1만2천 그리브나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실향민 지원을 위한 정부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여당 대표 엘레나 슐랴크는 현재의 예산 규모로는 모든 실향민에 대한 주거 피해 보상에만 1,575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반면 러시아는 점령지역의 신속한 재건 사업을 통해 실향민들의 귀환을 유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마리우폴의 경우, 대대적인 재건으로 부동산 가치가 전쟁 이전 대비 2배 이상 상승했으며, 2024년 초반까지 대부분의 주거용 건물이 복구되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 당국에 따르면 2023년 5월 기준 마리우폴의 인구는 이미 23만 명을 회복했으며, 이는 전쟁 발발 직전 인구의 절반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약 500만 명의 실향민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실향민들의 귀환이 단순히 자발적 선택의 문제가 아닌, 우크라이나의 제한된 지원 능력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재건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특히 러시아가 점령지역 주민들에게 러시아 시민권 취득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귀환이 향후 우크라이나의 영토 회복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