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압에 직면한 이란의 아프간 난민, 탈레반 정부까지 보호 요청할 정도
황의현(아시아연구소)
이란의 아프간인들이 탄압과 강제 추방의 위험에 놓여 있다. 현재 이란에 머무르는 아프간 난민은 공식적으로는 약 450만 명이나, 실제로는 600만 명에서 최대 8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한 상황에서 아프간인 때문에 물가와 실업률이 오르고 범죄가 늘어난다고 주장하며 아프간인에게 경제난의 책임을 돌리는 정서가 팽배해졌다. 9월에는 이란 남부 케르만(Kerman)주의 바르드시르(Bardsir)에서는 지역 보안당국이 현지 빵집들에게 ‘외국 국민’에게 빵을 팔지 못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언론인 이란 인터내셔널(Iran International)에 따르면 이란에서 ‘외국 국민’은 주로 아프간 난민을 일컫는다. 이란 정부는 해당 조치가 사법부가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란 인터내셔널은 아프간인이 빵을 살 수 있는 빵집을 제한하는 조치가 실제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에서 일부 빵집은 정부 보조금을 받아 시장 가격보다 저렴하게 빵을 판매하지만, 일부 지방의 보안당국은 아프간인이 이런 빵집에서는 빵을 사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검찰 지시에 따라 외국 국적자에게는 빵 판매가 금지됨”
이란 정부는 난민들을 강제로 추방하거나 수용소에 수용하고 비인간적으로 대우하는 등 아프간인 난민에게 강경한 태도를 보인다. 난민들은 은행에 약 1억 토만(약 311만 원) 이상 예금이 없으면 단 1주일 내로 이란을 떠냐아 한다는 통보를 받기도 하며, 난민에게 집을 빌려준 집주인이 벌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 2024년 5월 이란 내무부는 지난 1년 동안 난민을 포함한 불법체류자 130만 명을 아프가니스탄으로 강제 송환했다고 밝혔으며, 이어 9월에는 이란 경찰총장이 앞으로 6개월 내로 불법체류자 약 200만 명을 강제로 추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탈레반 정부까지 나서 아프간 난민에 대한 이란 보안당국의 비인간적인 대우를 비판할 정도였다.
이란인들의 여론 악화와 정부의 탄압으로 인해 많은 아프간인은 결국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가는 것을 선택했으며, 매일 3,000명의 아프간인이 이란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입국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프가니스탄으로 귀국한 난민은 가족과 함께 오면 정착 지원금으로 가족 구성원 1인당 2,000아프가니(약 3만 8,000원)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