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탈러시아 이주
김선희 (아시아연구소)
탈러시아 이주민(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정치, 경제, 사회적 이유로 러시아를 떠나는 이주민)은 2014년 크림합병을 위시로 하여 크게 증가하였다. 이들의 대부분은 발트 3국가, EU 국가들로 떠났고 일부는 조지아(예전 그루지야) 등 조금 더 접근성이 높은 곳으로 이주하였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 작전 개시 이후 한 차례 큰 이주의 변곡이 있었고, 2022년 9월 우크라이나에 파견할 추가 징집 선언이 이루어진 직후 이를 기피하려는 시민들이 러시아 국경을 넘으면서 다시 한번 이주민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들 이주민의 정확한 통계는 알 수 없지만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입국하는 사람들의 증가 추이, 중앙아시아, 카프카즈 등의 근접국으로 향하는 출입국 통계 및 난민지위신청 등의 통계로 추산했을 때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그 누적 수가 최소 약 700,000명에서 최대 수백만에 이를 것으로 보고된다. 러시아를 떠나기로 선택한 사람들의 일반적 프로필은 50세 미만의 남자, 상대적으로 고학력자, 다양한 직군에서 근무하며 진보적인 정치성향으로 러시아 민주화를 지지하고, 도시 거주자들이라고 보고된다. 특히, 징집을 피해 떠나기로 한 사람들은 징집대상 나이인 18-27세 사이인 경우가 많다.
징병을 피해 떠나는 시점에는 이미 유럽으로 가는 항공편이 제재로 막혀 있어 이들은 주로 육지 경로를 이용하여 국경을 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루지야, 카자흐스탄으로 향하는 이주민들이 늘었고, 이들은 러시아와 북서쪽 국경을 공유하고 있는 핀란드, 스웨덴으로도 향하고 있다. 이런 지역들이 최종 정착지인 경우도 있으나 독일 등 남서부 유럽 국가, 혹은 미국으로 가기 위해 경유지로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추가 징집 이후 이어진 이주민의 물결에서 탈러시아 이주민들을 최대로 많이 수용하고 있는 국가는 카자흐스탄과 조지아이다. 이들 국가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무비자로 러시아인들이 일정 기간 동안 머무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에 많은 이주민들이 조지아, 카자흐스탄으로 이동 후에, 러시아내 직장을 유지하면서 원격근무를 하면서 러시아에 남아있는 가족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고, 가족들을 최종적으로는 추가 이주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한편, 이들 수용국의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이주해 오는 러시아 이주민, 난민들이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부정적인 안보 및 경제적 영향력을 우려하는 여론이 강하고 이로 인한 국내 정치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