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 이주난민연구단과 HK+ 메가아시아연구사업단은 6월 17일 이양구 전 우크라이나 대사를 초빙해 ‘2024년 봄 우크라이나에서 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현황과 대응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전문가 특강을 개최했다.
이 대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현황을 소개하며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했다. 올해 초 EU에서 대우크라이나 패키지 딜이 통과되었고, 미국에서는 대우크라이나 지원이 상원을 통과하였다. 우크라이나와 독일, 프랑스, 영국의 안보 협정 체결이 이루어졌으며, 미국에서 러시아 동결 자산을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승인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미국 대선, 중동전쟁, 중국의 국내 문제 및 대외 행보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앞으로의 상황은 다양하게 전망해볼 수 있다. 종전 휴전 협상이 이루어지거나, 국지전 형태로 현상이 유지되며 전쟁이 장기화할 수 있고, 러시아 내부 체제 변화와 혼란이 발생하거나, 무력 분쟁이 유럽 및 여타 지역으로 확산할 수도 있고, 양안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 관련하여 이 대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군사적 해결과 외교적 해결이라는 두 가지 축 중 외교적 해결이 어려워진다면 전쟁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음을 밝히며 외교적 해결이 균형 있게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 대사는 지난 5월 재건 관련 논의를 위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경험도 소개했다. 러시아의 공격 위험이 있어 수도 키이우를 비롯하여 정해진 지역만 방문할 수 있었다. 공습경보는 몇 번 울렸지만, 전쟁 중인 나라처럼 보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전투가 치러지지 않는 지역은 빠르게 회복해가고 있었으며 밤사이 공격으로 피해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다음 날까지 복구되는 등 재건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과거 한국의 ‘금 모으기 운동’처럼 ‘드론 모으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여 흥미를 끌었다. 이 대사는 우크라이나의 코자크 전통을 소개하며 코자크의 가치는 ‘자유’이며 이것이 곧 우크라이나의 가치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에서 한강의 기적이 일어났던 것처럼, 앞으로 우크라이나에선 드니프르 강의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며 전후 복구에 있어서 한국의 풍부한 무브먼트 경험과 인적 자원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 측면에서 전략적 가치를 지닐 뿐 아니라, 우주와 항공, IT 기술 측면에서의 뛰어난 역량과 풍부한 광물, 양질의 인적 자원 등을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가능성을 지닌 나라다. 따라서 이 대사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지속 연대하고, 방산, 원전, 조선, 무역, 전후 복구 등 5개 기회 요인과 한국형 발전 모델, 지정학적 공감대, 무브먼트 경험 등의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협력을 우크라이나 차원뿐만 아니라, 유라시아, 글로벌, 미래, 그리고 역사와 문명의 차원까지 확장해가며 ‘Hope maker’, ‘History maker’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사는 “당신의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은 꿈을 꾸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많은 것을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된다면 당신은 리더”라는 미국 제6대 대통령 존 퀸시 애덤스의 말을 소개하며 학생들에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가 될 것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질의응답 시간은 강연 내용과 이 대사의 최근 현지 방문 경험에 대해서 이루어졌다. 조주영 학생(아주대)은 먼저 우크라이나를 대상으로 하는 전후 복구 계획의 역량이 국제사회에게 충분한지에 대해서 질문했다. 이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낙후되어 있다는 학생의 인식과는 달리, 우크라이나가 상당한 수준의 인프라와 인적 자원,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가 발전하지 못했던 것은 이러한 문제들보다는 러시아와의 관계와 정경유착, 부정부패와 같은 내부적 문제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쟁을 겪는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해소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국제 사회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한국이 발트 3국 등과 달리 비교적 소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기여도가 적은 상황에서 한국이 이익을 볼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기여가 낮더라도 하청을 담당할 수 있으며, 경쟁국인 터키보다 기술적 역량이 좋고 한국의 역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영수 교수(한신대)는 러시아와 중국의 파트너십 상황에서 러시아의 이러한 상황에 중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질문했다. 이 대사는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중국이 부족한 자원을 러시아로부터 확보하는 데에 유리해지고,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그동안 안보에 무임승차 해왔던 중국이 러시아를 대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크림반도 사태와 관련해서, 야노코비치의 책임과 관련한 질문에서는 야노코비치의 책임은 유럽 노선을 뒤집었다는 것이며, 러시아의 문제 역시 어떤 선택에 있다기 보다 정경유착, 부정부패 등 내부적이라고 답했다.
김용빈 학생(서울대)은 한국 내에서 전후재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또 전쟁이 재개될 수 있는 상황에서 전후 복구 지원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물었고, 이 대사는 이익과 책임의 관점에서 답했다. 먼저 이익 측면에서는 전후 복구 시장이 크고, 한국에게 이에 참여할 역량과 이익이 있으며, 책임의 측면에서는 한국 전쟁에서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받았던 한국이 도움을 주는 데에는 소극적인 데에 대한 자성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친우크라이나 행보는 러시아에게 척을 지는 것이 아니라 푸틴에게 반대하는 것이며, 러시아도 이미 많은 손해를 본 만큼 전쟁 재개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이 대사의 현지 방문 경험에 대하여, 우크라이나 엘리트들이 전쟁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묻는 정민기(아시아연구소)의 질문에 이 대사는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분명히 존재하며, 최근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을 근거로 들어, 전쟁을 지속하는 것 외에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요구가 생기고 있다고 답했다. 또 러시아가 병합한 4개 주를 우크라이나가 돌려받지 못했을 때에도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중요성이 유효한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분명히 훼손되는 전략적 가치도 있겠지만, 반대로 러시아와의 전쟁 연루를 꺼렸던 유럽과 NATO에게는 전략적 가치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또 김창하(아시아연구소)의 전쟁과 우크라이나 엘리트의 중국에 대한 인식 변화에 대한 질문에는, 이전에도 신뢰가 높지 않았지만, 중국의 중재가 친러시아적이고 러시아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등 우크라이나의 인식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한정숙 교수(서울대)는 러시아가 전쟁을 통해 흑해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을 들어, 러시아가 고립되고 있다는 이 대사의 설명에 의문을 제기하고 북·중·러와 한·미·일의 대립이 강화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 물었다. 이 대사는 이에 대하여 러시아가 흑해에 대한 제해권을 장악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비대칭 전력에서도 크림반도를 공격하는 등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투명성과 합리성, 자유와 같은 가치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음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