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팔레스타인 난민 수용 문제
슬랩첸코 바딤(아시아연구소)
올해 러시아 정부는 북캅카스 지역에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4년 4월 18일자 정부령에 따르면, 러시아는 가자지구에서 온 1,447명의 난민을 받아들일 예정이며, 그중 절반 이상인 812명이 북캅카스 지역에 배치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체첸에 250명, 다게스탄에 200명, 잉구세티아에 192명, 카바르디노–발카리아에 100명, 카라차이–체르케시아에 70명을 정착시킬 계획이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작년부터 들어오기 시작했고 현재 654명이 북캅카스 지역에 이미 도착한 상황이다.
러시아에서는 난민들이 합법화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난민 지위를 얻거나 임시 망명을 신청하는 것이다. 그러나 2023년에는 북캅카스 지역으로 이주한 팔레스타인 난민들 중 합법화 과정을 거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러시아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한 366명 중 팔레스타인인은 단 5명뿐이었다. 임시 망명을 신청한 경우도 적었는데, 2023년 카바르디노–발카리아에서는 19명, 다게스탄에서는 13명, 카라차이–체르케시아에서는 2명만이 임시 망명을 신청했다. 잉구세티아와 체첸에서는 임시 망명 신청자가 없었다.
팔레스타인 난민 지위가 인정된 사람들이 이렇게 소수인 것은 러시아의 난민 인정 제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우선 난민들은 관료주의적 장애물에 직면해 합법화 과정을 거치기가 상당히 어렵고, 다른 한편으로는 홍보가 부족해서 난민들이 합법화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는 러시아 당국이 난민을 어디에 수용할지 결정할 때는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난민들이 취업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팔레스타인 난민을 북캅카스 지역에 배치하기로 한 결정은 잘못된 판단으로 보인다. 북캅카스는 노동 인구가 많고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이 지역에서 합법적인 지위를 얻더라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러시아의 난민 수용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관료주의적 장애물을 제거하고, 난민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또한, 난민 수용 지역 선택에도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계속해서 러시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