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를 떠나려고 하는 나고르노카라바흐 난민
슬랩첸코 바딤(아시아연구소)
2023년 나고르노카라브하(아르차흐) 분쟁은 대규모 난민 위기를 야기했다. 아르차흐가 아제라바이잔과 통합된 이후 분쟁 지역에서 거주했던 약 10만 명의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은 2023년 10월에 아르메니아로 이주했다. 아르메니아 정부는 아르차흐 난민들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숙소를 제공하고, 일시 지원금 10만 드라크(약 250달러), 6개월 간 매월 5만 드라크(약 125달러)의 임대료, 1만 드라크(약 25달러)의 공과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지원 프로그램은 연말까지 실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아르메니아 정부의 이러한 노력을 역부족으로 밝혀졌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옴부즈만 사무소에서 1,000명의 아르차흐 출신 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난민의 30% 이상이 사회적 문제로 인해 아르메니아로부터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아르메니아로부터 이민을 고려하는 응답자들 중 35%는 러시아를 잠재적 수용 국가로 생각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이들이 정착하고 싶어 하는 지역은 아르차흐와 기후조건이 비슷한 크라스노다르 주와 로스토프 주, 즉 러시아 남부 지역이다.
설문조사에서 주거 조건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밝혀졌다. 또한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은 액수가 상당히 적어 숙소 임대료의 절반 밖에 안 된다. 그 외에 난민의 절반 이상이 아르메니아에서 직장 얻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며 취업 문제는 이들의 이주 결정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아르차흐 출신 실향민 중에 불과 10,800명이 아르메니아에서 일자리를 얻었으며 나머지 7만 명은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보조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아르차흐 출신 실향민의 아르메니아로의 귀화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2023년 11월, 아르메니아 내무부는 임시 보호 지위를 받은 아르차흐 난민들로부터 아르메니아 시민권 신청을 받기 시작했지만 아르메니아에서 공식적으로 등록된 79,000 여명의 아르차흐 난민 중에 귀화 신청을 한 사람은 1,437명에 불과했다. 실향민들이 아르메니아 시민권 취득을 꺼리는 이유는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내무부는 난민에 대한 모든 지원금이 그대로 지급될 것이라고 이들을 안심시켰지만 귀화 신청 건수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로 인해 많은 아르차흐 출신 실향민들은 아르메니아를 이미 떠나기 시작하였다. 옴부즈만 사무소에 따르면 2023년 10월부터 2024년 3월 말까지 아르차흐 출신 실향민 11,000 명이 아르메니아를 떠났다. 아르차흐 출신 난민 유출을 방지하려면 이들에게 창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을 위한 복지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아르메니아 정부와 UNHCR를 비롯한 국제기구 및 국제 NGO와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