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 제1회 콜로키움 리뷰>
주제: 2022 우크라이나 전쟁의 이해: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분석과 함의
일시: 2022년 4월 14일(목) 16:00-18:00
장소: 온라인(줌세미나)
사회: 신범식(서울대)
패널: 구자정 (대전대): 역사학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정치학
박지원 (KOTRA): 경제학
기록 담당자: 조주영(중앙아시아센터 연구연수생)
구자정: 전통적으로 러시아는 서부 우크라이나에 잔존해있던 폴란드 정체성을 약화시키기 위해 각종 정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정체성을 의도적으로 강조하였다. 다만 러시아의 최종목표는 폴란드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소러시아 정체성‘을 구축하려는 것이었는데,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는 점차 반러시아 정체성을 구축하게 된다. 의도치 않은 다른 결과를 낳은 셈이다. 우크라이나 침공도 푸틴의 입장에서는 러시아 영향권을 벗어나는 우크라이나를 놓치지 않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오히려 이 점이 그 전까지 ’서부 우크라이나‘의 정서에 그닥 공감하지 않았던 남동부 주민들을 결집시켜, 다시금 진정한 우크라이나 정체성을 만들고 있다. 푸틴의 침공 또한 소러시아 정체성을 소멸시키고, 우크라이나 정체성을 강화시킬 것이다. 어떤 문제를 취했던 조치들이 그 문제를 진폭시키거나 다른 결과를 낳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장세호: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원인을 둘러보며 격동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반도에 미칠 영향문제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미국과 NATO의 동진정책이 그 의도와는 상관없이 러시아의 공세적인 정책을 불러왔는데, 이는 전형적인 안보딜레마에 해당된다. 타국을 위협할 의도 없이 자기 방어를 추구했지만, 타국은 이를 위협으로 인식하고 반격을 가해, 역설적으로 자신의 선택이 스스로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또한, 국제정치의 역사는, 슬프게도 도덕이 아닌 힘의 논리에 의해 이뤄져왔다.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 NATO인 것과는 별개로, 우크라이나가 실제로 러시아의 압력을 뚫고 NATO에 가입할 가능성, 혹은 능력이 충분할까?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끼여있다. 결연한 의지와 냉엄한 현실 사이에서의 균형을 잘 고민해야 한다.
박지원: 대러 제재로 인해 러시아 성장률이 굉장히 후퇴했고, 과거 1990년대 체제전환기를 연상케한다. 인플레이션도 심각하다. 대외신용도도 하락하고 있다. 물론 에너지를 여전히 많이 수출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러시아 경제가 매우 암울하다. 러시아가 에너지 편중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IT부문, 4차 산업혁명에 투자를 많이 해왔지만 대러제재 이후 서방과의 협업이 상당히 어려워졌고, 관련 종사자들도 러시아를 떠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지금까지 공을 들였던 산업의 다각화는 요원해졌고,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에너지 집중정책으로 회귀하는 수밖에 없다. 자원의 저주, 저성장의 늪을 벗어날 수 있는 법은 4차산업과 IT산업 육성인데, 현재 러시아에게는 선택의 폭이 상당히 좁다.
ㅇ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쟁의 원인을 역사적, 국제정치적, 안보적 측면 등 다양한 부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보시기에 전쟁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전쟁의 발발에 가장 크게, 혹은 상당히 영향을 미친 요인이나 사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구자정: 클린턴 행정부 때만 해도 괜찮았던 대러관계가, 오늘날 러시아 포위전략, 내지는 봉쇄전략으로 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쿠바 핵위기가 연상되는데, 쿠바가 소련군을 원했고 미국이 그걸 저지하기 위해 전쟁까지 불사하려 했다는 점이 유사하다. 침공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는 것과 별개로, 쿠바 위기의 전개과정이, 이번 사태의 속성과 유사하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장세호: 행위자적 관점, 즉 러시아가 이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중요하다.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강대국 지위를 잃었고, 국가 이익의 훼손을 겪어야했다. 푸틴 이후에도 강대국 지위 회복을 추구해왔고, 이제는 국제관계의 재구성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판을 새로 짜려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정말 분노의 대상이고 두려움의 대상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각종 안보정책에서 러시아의 의도와는 반대로 행동해왔다. 러시아가 더 이상 우크라이나의 행동을 좌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결과,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박지원: 지역 내 경제연합체의 관점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살펴보아야 한다. 유라시아 경제공동체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러시아와는 달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바람만큼 경제연합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반면 서방 측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지속적으로 유럽공동체와의 교류를 진행해온 바 있다. 결정적으로 2014년 유로마이단으로 인해, 러시아가 20~30년동안 우크라이나와의 경제협력체에 공을 들여왔던 것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신범식: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대외전략에 비협조해왔던만큼, 불만이 있었던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를 전쟁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었을까?
구자정: 전쟁은 필연적이었다. 우크라이나 내에는 상당한 친러세력이 있었는데, 푸틴은 앞서 크림위기 당시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서 분리시켰다. 이제 어떤 선거를 해도 친러세력은 승리할 수 없고, 결국 푸틴의 선택이 자살적 구조를 자초한 것이다.
ㅇ 이번 전쟁과 관련하여 세계 각국 및 세계 각 지역의 반응과 관련하여 특기할 만한 사항이나, 그 반응에 대해 주목하고 평가하실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유럽의 대응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미국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루는 방식과 입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장세호: 유럽 지역이 러시아에 대해 일치되고 단합된 태도를 보이면서도, 질적인 차이가 드러난다. 영국, 냉전시대 동구권 국가, 구소련 지역인 발트 3국, 그리고 핀란드는 러시아에 굉장히 강경한데, 독일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처럼 중립적 태도를 취하는 국가들이 있다. 헝가리는 러시아에 우호적이다. 중앙아시아, 카프카스 지역도 흥미로운데, 이번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를 지지하지 않고 중립적 태도를 고수한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자신들에게 일어날 것을 두려워하는 거다. 이들이 경제적 측면에서도 러시아/중국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려 하고 있고, 동시에 러시아를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을 잘 관찰해야 한다.
박지원: 많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유라시아경제연합에 편입되는 등 러시아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은 GDP 비율을 보면, 대부분 러시아에 이주한 노동자들이 송금을 하는 비율이 높다. 우즈베키스탄도 러시아에 수출의존도가 높다. 그래서 러시아 경제가 후퇴하면 악영향을 받는다. 또한, 정치적으로는 러시아를 두려워할지라도 실질적으로 비자 문제 등, 러시아를 적대시할 경우 잃을 것이 많다. 이것이 이들이 중립을 고수하는 이유이다.
구자정: 저는 폴란드-우크라이나의 역사적 화해를 주목했다.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는, 반러적인 성격도 있지만 폴란드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 세력이 후원한 측면도 크다. 그리고 역사문제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가 갈등해왔고, 스테판 반데라 등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를 폴란드가 불편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날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는 러시아라는 적을 맞이하여 화해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공식 군사동맹을 체결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다루는 방식도 보자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보다는 러시아 세력 약화 자체가 핵심이다. 전쟁의 장기화를 통해 러시아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공화당 주류세력들이 견지해왔던 관점을, 민주당 세력이 추진하는 것도 흥미롭다. 정치적으로 미국, 캐나다 내의 우크라이나 공동체를 포섭하는 효과도 있다.중앙아시아 소식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선전전으로부터 자유롭고, 이 전쟁이 얼마나 자국에 영향을 미칠지를 집중한다. 자국의 정치적, 경제적 배경이 많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ㅇ 이 전쟁의 전개과정에서 주목해 보아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며, 이 전쟁이 어떻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는가?
– 우크라이나 지도부와 국민들의 대응은 어떻게 평가해 볼 수 있는가?
– 전쟁 과정에서 러시아는 어떤 전쟁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가?
– 푸틴이 이 전쟁을 파시스트들과의 전쟁이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 좀 더 설명해 주세요.
– 전쟁 수행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들 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들로는 무엇이 있는가?
– 이 전쟁을 마무리하는데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박지원: 미국과 서방의 경제제재는 2014년 크림위기보다 훨씬 진일보되었다. 대표적인 게 SWIFT 제재이다. 다만 러시아가 경제제재 강도가 세진다고 굴복할 가능성은 적은 것이, 러시아가 체제전환기의 혼란기,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경기침체 자체에 굉장히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대외부채도 적절히 관리하고 있고, 해외자산도 달러를 줄인지는 좀 되었다. 물론 서방이 러시아의 능력과는 반대로 강제 디폴트를 시도하니, 파산하는 러시아 공기업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압박한다고 러시아가 전쟁을 끝내진 않을 것이다.
구자정: 우크라이나가 민간인을 무장시킨 조치가 흥미롭다. 통상적인 교전규칙에 따르면 민간인은 대피가 원칙이나, 지금 우크라이나는 할머니와 어린 여성들에게도 총기훈련을 시키고 있다. 이런 사람들과 겨루는 러시아는, 이미 여론에서 지고 들어가는 거다. 어찌 보면 선전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셈이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젤렌스키의 연설이 우크라이나 내 다양한 사회계층을 겨냥한 것도 흥미롭다. 서부에서 하는 연설은 굉장히 과격하고 민족주의적이나, 동부에서 하는 연설은 러시아가 똑같은 러시아 형제들을 죽이고 있다는 류의 연설이다. 특히 젤렌스키는 기존의 친러지역을, 친우크라이나는 아니더라도 중립지역으로 바꿔놓는 능력을 발휘했다. 우크라이나 내 파시스트 세력을 이야기해보자면, 선거투표 자체로는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지만, 해외에 있는 우크라이나 공동체부터 일부 친러 도시까지,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OUN)들의 세계관이 상당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진지전을 통해 이데올로기를 확장해나가는 것이다. 아울러 러시아는 절대로 우크라이나의 이탈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나발니조차도 전쟁을 반대했지만, 크림반도 병합 등 이데올로기적인 많은 부분에서는 푸틴과 별반 다를바도 없었다. 푸틴이 아닌 그 누구라도, 우크라이나 이탈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장세호: 처음에는 친러 정부 수립시도를 했으나, 전황이 풀리지 않자 돈바스 지역 장악으로 러시아 목표가 재조정된 듯 하다. 특히 이 지역은 군사적으로 작전을 펼치기 수월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분할하거나, 중립화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당연히 분할문제는 타협을 이루기가 어려울 것인데, 문제는 적절한 중재자가 보이지 않는다. 중재자로 나서려는 시도는 많지만, 생각보다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만큼이나 중재자들의 역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ㅇ 이 전쟁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는가?
– 이번 전쟁의 여파로 우크라이나의 민족국가 건설의 향방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가?
– 이 전쟁은 국제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가?
– 이 전쟁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세계경제의 위기적 상황은 얼마나 심각한가?
-우크라이나의 동과 서가 정체성이 나눠져 있지만 동일한 국민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우크라이나의 동과 서의 갈등이 봉합될 수 있다고 보시는지? 아니면 결국 분리독립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역사적 관계와 관련하여 이 두 민족의 분리된 정체성의 정도는 얼마나 확립된 것으로 보는 것이 좋을까요? 이후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지요?
구자정: 우크라이나는 각 지역마다 역사적 경험이 달랐다. 과거 OUN 계열의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도, 하나된 우크라이나 민족을 추구했지만 번번히 좌절했다. 그런데, 오늘날 우크라이나는 단결하여 고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폴란드와 전쟁이 터지자 반볼셰비키 세력이 볼셰비키에 붙엇듯이, 우크라이나를 ’루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그 자체로 만들어버렸다. 푸틴이 전쟁을 통해 막고자 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권 이탈이, 전쟁 때문에 가속화된거다.
신범식: 전쟁이 끝나고, 우크라이나가 고유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사회통합을 이뤄낼 수 있을까? 아니면 내부적 혼란이 계속될 것인가?
구자정: Ethnic이냐, Civic nationalism이냐에 따라 다르다. Ethnic Base로 간다면 러시아어 사용자들은 물론 우크라이나 내 ’수르지크어‘ 사용자들의 위치도 애매해지지만, civic nationalism으로 간다면 러시아어 사용자들도 인정을 받고, 고로 우크라이나의 사회통합이 이뤄질 것이다.
장세호: 이번 전쟁으로 인해 서방 대 중국-러시아로 대립할 가능성이 높지만, 앞으로의 국제질서가 완전히 냉전의 부활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서양 지역에서 소위 서방세계-러시아 세계의 불신이 심화될 것이다. 현 국제사회가, 냉전기와 다르게 굉장히 범위와 영향력이 커진 중간지대가 있다. 유엔총회 때 보면 러시아 침공에 대해서 대부분이 동의했으나, 대러제재를 직접 시행한 국가는 48개국밖에 없다. 인도는 QUAD 회원국인데 다른 목소리를 내고, 터키도 나토인데 우크라이나-러시아를 중재하려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맹방인데 대러제재 거부하고 있고, 사우디도 에너지 문제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낸다. 굉장히 유동성이 짙은 국제관계이다.
신범식: 어쨌든 신냉전이라고 하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대한 역할을 서방이 하지 않겠나? 그들에게 온전히 대립하는 세력이 있나?
장세호: 지형자체는 중국과 러시아가 가장 높은 수준의 전략적 제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원래 자국을 겨냥하던 서방이, 일시적으로 러시아에게 관심을 돌린 것에 불과하지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자기들을 겨냥할테니. 그런데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이 러시아를 적대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중러 양자관계가 굉장히 동등한 관계를 지향했는데, 이번 사태를 보며 러시아가 신중론만을 이어가는 중국에게 굉장히 의존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박지원: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며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침체가 일어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자면, 트럼프와 코로나 등으로 인해 가속화되던 탈세계화가 더욱 급격히 벌어질 것이다. 유럽국가들이 러시아로부터의 경제의존성을 탈피하려는 시도, 혹은 크림반도 때와는 달리 민간기업이 대러제재 우회 대신 적극적으로 대러제재 동참을 추구하는 것도 지켜보아야 할 대상이다.
신범식: 미국의 대러제재는 SWIFT 퇴출 등, 국제질서 밖으로 러시아를 몰아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decoupling을 위한 선제적 실험으로 볼 수 있나?
박지원: 서방의 의도자체가 어디에 초점을 맞춘지는 애매하나, 결과적으로 현재의 대러제재가 decoupling을 유도하고 있음은 사실이다.
ㅇ 이 전쟁은 아시아 지역에 대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시는지요?
– 이 전쟁의 영향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예상되는가요?
– 독일의 군비 증강 발표가 일본의 재무장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 아시아의 경제에서 이 전쟁에 민감히 반응하는 부분은 어떤 부분이고,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부분은 어떤 부분일까요?
– 아시아 각국의 대응과 경제적 영향은 어떻게 차별화되어 나타날까요?
ㅇ 한국이 이 전쟁으로 인해 입게 될 외교적, 경제적, 국제적 피해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적절한 대응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ㅇ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한국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교훈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 한국은 대러시아, 대우크라이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요?
장세호: 보편적 인류가치에 반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규탄하되,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우리에게 모두 중요한 파트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대러제재 역시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영역이다. 또한 러시아는 우리가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에 대러제재 등의 측면에서 운신의 폭이 불가피하게 좁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를 ’약한 고리‘로 보고 적극적인 협력을 원하는 측면도 있던데,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신범식: 문제는, 러시아가 중국과 밀착하면서도 그동안은 자율적인 정책을 펼쳤다. 그런데 이 전쟁 이후 중-러가 더 밀착하여 중국과 굉장히 일치된 모습을 보인다면, ‘약한고리’를 교란하려는 러시아의 의지는 곧 중국의 의지와 동일시된다. 북한이 또한 러시아의 편을 적극적으로 들고 있고, 북-러 관계 역시 크게 개선되었는데 우리가 유연한 대응을 펼칠 수 있나?
장세호: 그러니 더욱 한국정부가 신중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일본처럼 미국의 정책만을 따라가다가는, 북한과 러시아의 긴밀한 밀월을 초래할 수도 있다. 미국에게도 러시아와의 관계 문제를 적극 거론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러시아의 대북 경사를 방지하고, 앞으로 한반도에서 여러 가지 복합적 문제 해결하기 위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만들어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양국간의 긴밀한 소통을 희망한다.
구자정: 우크라이나가 우리 측에 무기지원을 요청했는데, 문제는 이 무기의 상당수가 불곰사업 당시 러시아로부터 직접 받거나, 혹은 러시아 기술이 들어간 것이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러시아에게 무기 지원을 요청해왔으나, 러시아는 이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런데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지원한다고 하면, 러시아가 북한에게 미사일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 더 이상 냉전처럼 소련과 미국의 이데올로기 싸움이 아니라, 국익을 두고 둘러싼 싸움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도 그렇게 접근해야 한다.
박지원: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시아에 굉장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앞으로는 생산기지를 경제성이 아니라, 조금 경제적 손해를 보더라도 자국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에서 생산하는 정치적 관점이 고려될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우리가 러시아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단순히 시장화의 대상을 넘어서, 유라시아 전체의 구도에서 철도, 물류, 에너지를 봤을 때 어떻게 협력하는지에 대한, 큰그림에서의 전략을 그려야한다. 이에 따라서 협력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신범식: 가치 재편과 관련해서 말씀을 해주셨고요. 혹시 그, 동남아시아 물류망 재편 부분 관련해서 주목해봐야 할 지점이 있을까?
박지원: 동남아시아를 뭉뚱그려서 설명을 했지만, 동남아 국가들마다 자원, 에너지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금리인상 하는 국가들도 있고 아닌 나라도 있다. 국가들마다 다른 양상이 나타나는 흥미로운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신범식: 미국이 새롭게 만들고 있는 인도-태평양 국가에 대해 아세안 국가들의 불참을 선언한 게 연상된다. 칼로 무 베듯이, 그렇게 경제블록을 냉전기처럼 단편화해서 생각할 수는 없는 지점일 것이다. 국가별로 다양한 양상이 나오는 가운데, 창의적인 자기 포지셔링이 중요한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저희가 한 다섯 라운드로 살펴보았는데, 곧 있으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두달째이다. 이제 세계 열강, 그리고 세계 국가들이 잘 나서서 전쟁 마무리의 시간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