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도 6월호: 러시아 북극 정책 변화는 북극권 주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2026년 6월 29일북극항로를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 안보 딜레마와 기회
정민기(아시아연구소)
20세기 에너지 안보의 핵심 동맥이었던 남방 항로, 특히 호르무즈 해협 중심의 해상 교통로가 전략적 비중을 잃어가는 반면, 북방 항로의 지정학적 가치가 급격히 부상하고 있으며, 베링 해협이 새로운 지정학적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베링 해협은 북극항로(북동항로)와 북서항로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해빙 가속화로 항행 가능 일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그 전략적 가치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 측면에서 북극항로는 기존 수에즈 운하 경유 항로에 비해 거리·시간·비용 모든 면에서 유의미한 이점을 제공한다. 이러한 경제성을 토대로 향후 북극항로의 물동량은 큰 성장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며, 북극권 가스 수출의 핵심 사업인 야말 LNG 프로젝트를 비롯한 관련 개발 사업들이 이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주요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북극항로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도 급속히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북극권 군사기지 50여 개를 복구·현대화하고 있으며, 미국은 알래스카에 F-35를 배치하여 대응 감시망을 강화하는 등 베링 해협 일대는 사실상 새로운 군사 경쟁의 전선으로 변모하고 있다. 러시아의 ‘2035 북극개발 및 국가안보전략’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수립된 것으로, 북극 해양 통제권 강화를 위한 지휘 체계 개편과 함께 북극을 ‘경제적 생명선’이자 ‘최후의 요새’로 규정하는 요새화 계획을 그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처럼 북극항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쇄빙선이 전략자산으로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역시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조선 기술 역량의 유지와 고도화, 부산항의 환적 허브화, 장시간 수중 작전을 위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 배치, 그리고 군사적 요소와 비군사적 요소를 통합적으로 수용하는 포괄적 안보 개념의 확립 등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에 있어서 북극으로의 진출은 베링 해협을 경유하는 해상 루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의 육상 공간과 동해를 통한 북상 루트가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복합적 과제다. 예컨대 동해는 단순한 통과 수역이 아니라 북극항로와 유라시아 육상 네트워크를 잇는 전략적 가교로 재정의될 수 있으며, 이 연결성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활용하는 국가가 북극 질서에서 중견국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가 지닌 지정학적 위치는 이러한 복합 공간 전략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북극 논의는 해양 안보를 넘어 대륙과 해양을 잇는 한국의 장기적 국가 전략과 연동되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