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는 9월 26일 새로 임명된 김선희 선임연구원의 ‘권위주의 정권에서의 국가 폭력 정당화: 러시아 사례 연구 2010-2017’이라는 제목으로 학술 회의를 개최했다. 행사는 ‘1세션: 논문 발표’와 ‘2세션: 질의응답’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1세션은 사회자 최아영 공동연구원의 소개로 시작되었으며, 김선희 선임연구원의 워싱턴 주립 대학교 박사 졸업 논문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선임연구원은 어린 시절 경험했던 버스에서의 최루탄을 통해 처음 느낀 우리나라 권위주의 체제의 한 장면을 도화선으로 권위주의 정권을 연구하던 박사과정 시절에 과거 우리나라처럼 현재의 중국, 러시아 등에서 급박한 국가 폭력 및 대결 구조가 미형성되는 것에서 파생하여 연구 동기를 가지게 되었다고 소개하였다.
이어서 김 선임연구원이 관찰한 현상은 현대 권위주의 정권의 국가 폭력은 증대하고 있음과 동시에 시민사회의 규모와 정권지지도가 확장되었으며, 권위주의 정권이 법의 지배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기존 선행 연구를 검토한 결과, 반 정권 세력으로부터 나오는 위협이 클수록 국가 폭력 자행 가능성이 높아지며, 엘리트들이 선택 집중 모델을 통해 합리적이며, 유리한 결정을 내리고자 하는 현상을 보인다.
이후 2000년 이후 푸틴 정권의 권위주의 공고화와 2011년에 일어난 블룻나야 반정권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발생한 러시아 정부의 사회 운동 탄압 및 정치개혁 약속이 나타난 러시아의 케이스를 분석했다. 이에 대해 김 선임연구원은 시민사회가 개진하는 반정권 운동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사회 탄압의 특징적 지형과 어떠한 요인이 이러한 탄압의 결과를 구성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위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러시아 정권의 대시민사회 탄압 정책은 연성 통제 성격을 띄며, 상대적으로 온건한 수위의 탄압임과 동시에 러시아 정권은 법적, 절차적 정당성 담보한 상태에서 국가 폭력의 정책 실현 목적으로 정책 수립 및 집행한다고 발표했다. 연구 범위로는 사회탄압법, 반극단주의법, 반테러리즘법 등으로 한정하고, 빈도와 강도를 중심으로 조사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중-하위 강도 집중 현상을 보이며, 이는 처음에는 다양한 법률 사용하다가 점점 감소하며, 특정 법률의 적용 빈도가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선희 선임연구원은 자리 맡기 전략 등 사회탄압법 입법 과정을 소개하며, 모호한 처벌 기준이 담긴 법으로 인해 집행 과정 속 자율성이 커졌다고 소개했다. 또한 인사고과 평가 권한을 가진 검사에 의해 경찰 및 판사가 무죄 성향의 사건 결과를 가져오기 어려워짐과 동시에 규격화된 사건에 대한 쏠림 현상 및 행정법 치중 현상이 보인다고 설명하며 발표가 마무리되었다.
2세션에서는 김선희 선임연구원의 연구 내용과 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질의가 진행되었다. 먼저 정민기(아시아 연구소)는 푸틴이 winning coalition과 DUMA를 어떻게 관리하며, 인센티브를 지급하는지 질문했다. 발표자는 푸틴이 시민을 중간 수준의 처벌을 통해 관리하는 한편, 엘리트를 대상으로는 횡령과 부정부패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암살과 같은 강력한 탄압의 방법을 사용하며, 이에 따라 엘리트는 언제 강력한 엘리트 탄압의 대상이 될 지 모르는 상황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처벌 수위가 중간 수준일 때 적절한 반발을 유발하고, 이것이 권위주의 정권에게 긍정적이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동의하며, 특히 연구 과정에서 정부의 테두리 안에서 고착화되는 시민 사회의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또한 대중 사회 운동을 지지 기반으로 한 정권 붕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결론 역시 여기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황의현(아시아 연구소)은 중동의 권위주의 필드 연구의 경우 발표에서 밝힌 제도적인 방식은 조명이 덜 된 반면, 정체성과 이념을 통해 엘리트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설명한다고 말하며 러시아 사례에서 정체성이나 이념, 세계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질문했다. 발표자는 이념적인 요소도 작동하고 있고,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도 그러하며, 특히 정치 담론이 가족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등 엘리트 사회 내에서도 보수화가 잘 진행된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또 엘리트 유인 대한 연속된 질문에 대하여는 한 가지 에피소드를 제시했는데, 러시아는 두 개 학교를 통해 엘리트 풀을 형성하며, 80여 개의 주지사 후보에 대한 신규 배치를 위해 캠프를 운영하는데, 군사 훈련 중에서 사람들이 꽤 탈락하는 코스가 탱크 밑에 누워 탱크가 지나가는 것을 견디는 것인데, 이러한 훈련 내용이 일정 부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준석(아시아 연구소)은 세 가지 사회 탄압법의 범주를 구분하지 않고 그 강도를 10개로 분류한 것인지, 만약 그렇다면 해당 법령 안에 어떤 코드 법령이 많이 적용이 되었는지를 질문했다. 발표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 가지 사회 탄압법의 내용과 적용이 서로 섞이는 모습이 있어 강도 측정에 더 유리한 해당 분류 방법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가장 많이 적용된 것은 집시법(Admin, Art. 20.2.)이며, 가장 규격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온라인 범죄를 대상으로 하는 4가지의 법 역시 많이 적용되었다고 답했다. 또한 법 적용이 예측 가능한 듯이 보이는데, 그 적용을 시민사회 활동가도 인지하고 있는지, 또 더 나아가 시민 사회에 영향을 미쳤을지를 묻는 이준석의 질문에 대하여, 김선희는 탄압이 시민 사회 활동가의 행동범위를 많이 제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하며 그 예시로 극단주의 센터의 ‘인터뷰’ 방식을 언급했다. 탄압법 적용을 위해 신설된 극단주의 센터의 경우, 이것이 적용될 사례들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돌아다니며 집으로 찾아가서 억압적인 내용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해 행동이 많이 제약된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질문자는 세 가지 탄압법에 더하여 2022년 새롭게 추가된 법들을 포함하여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였다. 발표자는 이에 대하여 극단주의 법을 수정하면서 정보통신 보안법, NGO법, 종교법을 수정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사태와 동시에 통제가 심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를 추적할 가치가 있다며 동의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헝가리 등 현대 사례를 포함할 수 있도록 더 포괄적으로 이론 챕터를 더욱 보강하고 싶다고 밝혔다.
고가영(아시아 연구소)은 푸틴이 합법적 형식을 빌리는 것과 경찰, 검찰, 판사로 이어지는 구조가 모두 소련과의 연속성을 보인다고 첨언하며, 당시 집회와 시위를 방해한다는 문구가 법에 사용되지 않았았고 대신 ‘교통흐름 방해죄’를 적용했는데, 지금도 그런지 질문했다. 발표자는 이에 동의하며, 지금도 그러한 문구가 명시되어있지 않고, 대신 시위 집회에 대한 규정 중 중대한 시설에 대한 접근을 방해한다는 명목 등으로 시위를 허가하지 않거나 까다로운 허가 기준을 맞추더라도 시위 현장에서 당일에 공사를 시작해 그 기준이 충족되지 않도록 만드는 방법 등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최아영(아시아 연구소)은 먼저 LGBT 권리가 왜 극단주의로 분류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발표자는 그 변경이 종교법과 묶여서 변경되는 것을 볼 때, 이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며, 구체적으로는 미성년자에게 이를 가르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한다고 답했다. 다만 이토록 처벌의 빈도가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발표자가 인터뷰한 시민사회 운동가의 상당수가 강력한 LGBT 운동가였고, 해당 항목이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고발에 항목이 이용되는 것일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마지막으로 신범식(서울대)은 legitimated와 연성의 탄압이라는 두 개 단어의 사용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고, 러시아 사회의 보수화에 대한 연구와 함께 발전시키면서 일반화하기보다는 특수성을 더 드러내는 방향으로 연구를 발전시킬 것을 제안했다. 발표자는 legitimated(legitimation)와 soft control이라는 용어 사용에 많은 고민이 있었으며, 연성의 탄압이라는 단어는 초법적 폭력을 사용한 탄압에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사용되었다고 답했다. 이후 사회자 최아영의 발표자에 대한 감사인사와 함께 행사가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