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아시아센터 이주난민연구단 제11회 난민교육프로그램
2026년 5월 19일
중앙아시아센터 이주난민연구단 제21회 전문가초청특별강연
2026년 5월 26일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 이주·난민연구단은 「유라시아 환경난민 연구의 이론적 모색과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본 세미나는 각 발표자가 사전에 지정된 연구를 읽고 와서 핵심 논지와 쟁점을 발제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단의 향후 연구 방향을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첫 번째 발제자 최아영은 Calum T. M. Nicholson(2023)의 “Conceptualizing Climate Migration”을 소개하였다. 이 글의 핵심 논지는 기후변화와 이주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후 이주’ 개념은 기후가 이주에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의 성격과 규모를 파악할 수 있으며, 국가와 기관이 이를 정책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성립한다. 그러나 실제 이주는 기후변화만이 아니라 빈곤, 전쟁, 정치적 억압, 사회적 불평등, 국가의 대응 능력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기후를 다른 이주 원인과 명확히 구별하기 어렵다. 또한 ‘환경난민’, ‘기후난민’, ‘기후이주’, ‘기후 이동성’ 등 여러 용어가 혼재되어 있지만, 이들 모두 기후와 이주 사이의 인과관계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개념적 취약성을 갖는다. 따라서 이 글은 ‘기후이주란 무엇인가’를 정의하기보다, 왜 우리가 이 개념에 끌리는지, 그리고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 자신이 이 담론의 형성에 어떻게 연루되어 있는지를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발제자 바딤 슬랩첸코는 Ilan Kelman(2023)의 “Climate Change–Disaster–Migration: Manufacturing a Nexus”를 다루었다. 이 글은 기후변화, 재난, 이주를 자동적으로 연결하는 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켈만에 따르면 기후란 수십 년, 보통 30년 단위로 평균화된 날씨 통계이므로 엄밀한 의미에서 ‘기후 사건’은 존재하지 않으며, 태풍, 홍수, 가뭄은 기후 사건이 아니라 날씨 사건이다. 같은 자연현상이 발생하더라도 어떤 사회에서는 대규모 재난이 되고, 다른 사회에서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갈 수 있다. 그 차이는 자연현상의 강도보다 사회적 취약성에서 비롯된다. 부실한 건축 규제, 불평등, 부패, 미비한 경보 시스템, 낮은 의료 접근성 등이 재난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재난은 자연이 아니라 사회가 구성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후재난’이나 ‘재난이주’라는 표현도 부정확하며, 오히려 ‘취약성 이주’ 또는 ‘취약성 비이동성’이라는 개념이 더 적절할 수 있다. 특히 재난 지역에서 가장 먼저 떠날 수 있는 사람은 반드시 가장 취약한 사람이 아니라 이동 자원과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들이며, 가장 가난하고 피해가 큰 사람들은 오히려 떠나지 못한 채 ‘갇힌 인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세 번째로 황의현은 Benoit Mayer(2023)의 “De-Conceptualising ‘Climate Migration’”을 발제하였다. 이 글은 ‘기후이주’라는 개념 자체를 해체적으로 검토한다. 기후이주민 또는 기후난민을 다른 이주민과 구별되는 특수한 보호 대상 집단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에 대해, Mayer는 어떤 개인을 자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기후이주민’이라고 규정하기 어렵고, 정의 방식에 따라 기후이주민의 수는 0명에서 거의 전 인류에 이르기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기후변화는 지역경제, 분쟁, 농업 생산, 생활 기반 등에 광범위하고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특정 개인의 이동을 직접적으로 발생시키는 단일 원인으로 작동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기후이주를 별도의 집단이나 현상으로 분리하기보다, 이주 일반의 원인과 양상을 연구하면서 그 안에서 기후와 환경 변화가 다른 정치·경제·사회적 요인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기후난민 담론은 선진국의 책임을 묻는 근거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대규모 기후이주에 대한 공포를 조성해 국경 통제나 이민 제한을 정당화하는 데 활용될 수도 있다는 정치적 양면성 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연구단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기후난민이라는 용어를 무비판적으로 사용하거나 기후변화가 인간 이동에 미치는 영향을 단선적 인과관계로 설명하기보다 특정 지역의 사회적 조건과 역사적 맥락 속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야쿠티야와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 융해, 홍수, 순록 유목민의 생활 변화, 중앙아시아의 아랄해 주변 환경 변화, 남태평양 도서국가의 해수면 상승, 이라크 남부 습지대 파괴, 시리아 내전과 가뭄의 관계 등 사례들을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국가 역량, 지역경제 붕괴, 정치적 선택, 개발 정책, 공동체의 적응 방식이 함께 작용하는 사례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