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30일 슬랩첸코 바딤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의 아시아연구소 브라운백 세미나에서는 <객지에서 싹튼 희망: 러시아 출신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발표가 아시아연구소 304호에서 진행되었다. 해당 발표는 2022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생한 소련 붕괴 이후 최대 규모의 러시아 이민 물결의 원인과 현황, 그리고 영향력을 추적 및 분석한 내용이다.
1917년 10월 혁명 이후 1920년까지 러시아를 떠난 사람은 약 200만 명이었는데, 2022년 이후 러시아를 떠난 사람의 수는 약 150만 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수치를 토대로 스랩첸코 바딤 연구원은 올해 2월 19일부터 23일까지 아르메니아(예레반)와 조지아(트빌리시)를 방문하고 그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러시아 렐로칸트(해외로 떠난 러시아 전쟁 이민자) 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반구조화 인터뷰와 현지 조사 및 정책 분석 등을 통해 발견한 내용을 공유하였다. 우선, 러시아로부터 이민을 결정한 사람들은 사회단체 활동가, 정치인, 언론인들이었으며, 이들이 이민을 선택한 이유는 일반적으로 정치적 박해에 대한 공포였다고 한다. 그 외에 IT기업 전문가들도 이민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의 이민 이유는 전쟁 상황에서의 안전에 대한 두려움, 러시아의 경제나 인도주의적 상황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근거한다고 전했다. 또한 2022년 9월 21일, 푸틴 대통령이 발령한 부분적 동원령이 징집 기피자들을 대상으로 제2의 이민 물결을 야기하였다고 설명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해 러시아를 떠난 이들은 전통적 의미에서 난민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며, 다른 난민과 달리 수용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고급 인력임을 지적했다.
연구원은 침공이 시작된 첫해에 50만 명에서 130만 명의 러시아인들이 러시아를 떠났다고 추정했다. 대부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터키,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몽골 등 비자 면제 국가로 이주했으며, 그중 15% 이상이 러시아에 귀국했으나 상당수는 아직도 외국에 체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별 러시아 난민 선호도로 러시아 국내 여권으로 입국할 수 있는 유라시아 경제연합 회원국과 러시아와 무비자 협정을 체결한 국가 등을 언급했다. 그중에서도 러시아 난민 최대 수용국 중 한 국가는 러시아와 무비자 협정 체결을 맺은 아르메니아인데, 현재 아르메니아에는 약 11만 명의 러시아 난민들이 정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아르메니아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한 러시아인의 수를 추적한 것임을 밝혔다. 아르메니아 내 러시아 난민 중 개입 사업가로 4,000명, 법인으로는 2,500명이 등록하였다고 전했다.
아르메니아 내 러시아 난민에 대한 시각도 짧게 공유하였다. 부동산 가격이 뛰거나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느끼는 현지 불만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는 도시 미화 활동이나, 우크라이나/나고르니 카라바흐 난민을 지원하는 등등 아르메니아 시민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이유로 큰 불만이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러시아 이주자들이 한국에 많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했다. 우선, 체류 기간에 제한이 있으며 비자런(visa run)이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임을 지적했다. 징집 기피나 정치적 망명에 대한 낮은 난민 인정률, K-ETA 제도의 영향 등으로 인해 국내 러시아 이주자가 많이 없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마지막으로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으로서 앞으로의 연구 계획에 대한 내용을 공유했다.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을 통해 수행하고 있는 “러시아 ‘렐로칸트(전쟁 난민)’의 수용국 경제 참여와 기여” 연구를 통해 연구원은 두 가지 방향으로 연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선, 러시아 출신 이민자들이 수용국에 어떠한 경제적 기여를 하고 있는지 경제 기여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 하나는 러시아인들이 이민국에 정착할 수 있는 흡입 요인이 무엇인지 연구해 보려는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한편 슬랩첸코 바딤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를 떠난 이민자의 전반적인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