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 우크라이나 난민 상황
슬랩첸코 바딤(아시아연구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난민의 최대 수용국으로 여겨지지만, 2023년 이후로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한 공식 통계가 공개되지 않아 실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 병합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 이후 많은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러시아 비상사태부의 보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약 24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에 입국했다.
러시아는 1992년 난민 지위에 관한 국제 협약에 서명했고, 1993년에는 난민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 결과 현재 러시아에는 난민을 위한 두 가지 법적 지위가 있는데, 난민 지위와 임시 보호 지위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공식적으로 난민 지위를 받은 우크라이나인은 16명에 불과하지만, 임시 보호 지위를 받은 우크라이나인은 약 14,5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실제로 러시아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인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파악된다.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난민 지위를 신청하지 않고 ‘동포 귀환 프로그램’을 통해 러시아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드미트리 폴레타예프 이주연구센터장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약 290만 명이 러시아로 이주했으며, 그 중 70만 명이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동포 귀환 프로그램은 주로 소련 또는 러시아 제국 출신의 후손을 대상으로 하며, 러시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은 러시아의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러시아에 직계 친척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러시아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하지 않고 동포 귀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유는 난민 지위를 얻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절차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또한, 난민 지위를 얻어도 국적을 취득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따라서 난민 지위나 임시 보호 지위를 신청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주로 러시아에 직계 친척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드미트리 폴레타예프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난민에게 기본적인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지만, 실제 현실은 다소 다르다. 난민 지위나 임시 보호 지위를 얻은 사람들은 러시아에서 교육과 취업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만, 실행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중고등학교 교장과 고용주들이 난민의 법적 지위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난민들이 직업을 구하거나 자녀를 학교에 입학시키는 것이 실제 삶의 현장에서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에 거주하며, 이곳에서 일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