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 이주·난민연구단은 7월 10일 이탁건 UNHCR 법무담당관(변호사)을 초청하여 “한국 난민인정 절차와 국제 난민 협약 준수: 이해와 실천”이라는 제목으로 전문가 특강을 개최했다.
행사는 사회자 바딤 슬렙첸코 박사(서울대학교)의 소개로 시작되었다. 이탁건 변호사는 한국으로 온 난민들을 비롯한 보호대상자들에 대한 대한민국의 보호 역량 강화를 위하여 국회와 법무부 등 이해당사자들에게 난민 정책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고 난민과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출입국 관리소, 법무부, 법원)에 자문하는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아시아연구소 부소장 신범식 정치외교학과 교수(중앙아시아센터장)는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이야기 듣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쟁점이 되는 난민 인정률, 인도적 보호조치, 난민인정 요건, 한국의 난민 정책 개선 필요성 등에 대해 논의하며 한국의 난민 문제 대응 방안을 모색해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난민 협약의 다양한 도전과제를 소개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난민 협약이 1951년에 제정된 이후 이를 법적으로 강화하자는 논의도 있고 난민의 입국과 수용 보호가 유효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었다. 2011년 난민법이 제정되고 2013년 시행된 이후 몇 차례 개정 시도가 있었으나 개정 발의안에 대하여 재신청자의 신청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시민단체의 의견이 있었다. 이에 법무부는 남용 신청자가 지나치게 많아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명확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난민 신청 후 불인정 결정을 여러 차례 받다가 최종적으로 인정받는 경우 등을 예로 들어 제도적 미흡성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었다.
법부무의 출입국 통계 자료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 수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잠시 주춤했다가 이후 급증했다. 난민 신청자 수가 급증한 데 대한 이유 중 하나는 애초에 전 세계적으로 난민 수가 늘어났다는 데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난민 신청 시 받을 수 있는 임시 비자가 하나의 배출구 역할을 한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이민체계에는 배출구가 없었다. 그러나 우선 난민 신청을 하면 임시 비자를 주고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취업도 가능하게 해준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비자가 없어 쫓겨나는 아동들이 더러 있었다. 후에 교육권 차원에서 고등학교까지는 다니게 해주었지만 이후 강제 출국 혹은 자진 출국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변호사는 이들이 한국에 계속 살고 싶은 이유가 단순히 불법적이고 근간을 흔드는 욕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른 여러 나라들에서는 강제송환 당하지 않을 권리, 살아갈 권리 등 계속해서 살아가는 권리가 보장되고 있다.
난민 불인정 결정이 난 후 재신청한 사람들은 체류허가제한심사대상자로 분류되는데 대체로 다음의 세 가지 유형에 해당한다. 첫째는, 대한민국에서 1년 이상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체류기간 만료일에 임박하여 난민인정 신청을 한 경우 또는 강제퇴거 대상 외국인이 그 집행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난민인정 신청을 한 경우다. 둘째는, 명백히 난민협약상 난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이유로 재신청하는 경우다. 셋째는, 출국을 위한 체류기간 연장 허가를 받은 사람, 체류기간 연장 등 불허 결정 통지를 받은 사람, 출국 기한 유예를 받은 사람, 출국 권고 또는 출국 명령을 받은 사람이 난민인정 신청하는 경우다. 이들 중 난민 신청 당시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던 자들은 체류 기간 연장 등 불허 결정 통지 후 출국 기한 유예 조치 등을 받게 된다. 애초에 체류 자격이 없는 상태에서 재신청했다면 보호조치 대상으로 분류되어 외국인 보호소에 머무르게 되는데 사실상 보호보다는 구금에 가깝다는 의견도 있다. 이들 중에는 불인정 결정에 억울함을 토로하며 재신청한 사람도 있다. 한국의 비자 체계가 유럽 등보다 덜 엄격하고 출신국 등 조건도 같은데 유럽으로 간 사람은 귀화에도 성공한 반면 한국으로 온 본인은 난민인정도 받지 못해 억울하다는 것이다.
난민에 대한 인식 측면에서 다소 낙관할 수 있는 부분은 2018년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 2021년 아프간 특별기여자 후송, 2021년 미얀마인 체류 허가 부여, 2021년 미등록 이주 아동 정규화 정책실시 등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면서 인식이 많이 변화했다는 데 있다. 국회 내 미얀마를 위한 국회의원 모임이 결성되고 관련 성명서를 내는 등 활동이 늘어나고 있으며 정부의 이주 난민 정책에 사회적으로 큰 반대가 없었다는 점에서 여론이 많이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이 변호사는 한국 사회가 초저출산 문제 등에 부딪히며 이주 난민 수용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적 체류 허가는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고문 등 반인도적 처벌로 인해 인도적 위협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면 받을 수 있다. 이는 생명권을 침해받을 가능성이 있는 대상에 보충적 보호(Complimentary protection)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다. 난민협약상 난민은 개인에 대한 박해와 연관이 있다.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난민 정의에 명확하게 해당하지 않아도 한국에 살게 해준다는 데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난민 인정자와 다르게 사회적 복지 대상에서 제외되며 미성년 자녀와 배우자를 본국 또는 제3국에서 데려올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난민의 정의는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를 전제로 한다. 2012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난민은 국적국을 떠난 후 거주국에서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는 등 행동의 결과로 박해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발생한 경우에도 인정될 수 있는 것이고, 난민으로 보호받기 위해 박해의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즉 일부러 박해받을 사유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내면의 의도가 아닌 박해 가능성 여부가 중요하다는 게 한국 법원의 요지다.
그렇다면 진술의 신빙성과 증명의 정도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신청인이 출신국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 협약상의 난민 정의에 언급된 이유로 견딜 수 없게 되거나 그가 출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같은 이유로 견딜 수 없다는 것을 합리적인 정도로 증명할 수 있다면 신청인의 두려움은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2008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진술에 일관성과 설득력이 있고 입국 경로, 입국 후 난민 신청까지의 기간 난민신청 경위, 국적국의 상황, 주관적으로 느끼는 공포의 정도, 신청인이 거주하던 지역의 정치, 사회, 문화적 환경 등을 고려하여 전체적인 진술의 신빙성에 의하여 그 주장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 증명이 된 것으로 본다. 난민이 주장 사실 모두를 입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신청인에 유리하게’의 원칙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난민 지위의 인정 기준 및 절차 편람과 지침』에도 명시되어있다.
이 변호사는 입국과 추방에 대한 논의를 소개하며 강의를 마쳤다. 난민 협약 제31조에 따르면 난민이 불법 입국했다고 하더라도 특수성을 고려하여 추방하면 안 된다. 또한 추방 시 중대한 위협이 있을 수 있으므로 고문 등의 위협이 있는 국가로 송환해서는 안 되며 간접적 송환, 즉 본국이 아닌 인근 국가로의 송환 역시 그 인근 국가에서 본국으로 송환시키지 않을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송환해서는 안 된다.
이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난민 통역 봉사를 하는 한 학생은 이러한 봉사와 관련하여 난민 협약과 한국의 난민법 외에 무엇을 숙지하면 좋을지 질문했다. 이 변호사는 참고할 수 있는 책으로 행정학적 입장에서 쓰인 차영호의 교과서, 법학적 지식을 담은 서울행정법원에서 발간한 <난민 재판의 이해>, 실무적으로 유용한 <난민법률지원매뉴얼>을 추천했다.
또 러시아의 전쟁 징집 기피자들의 난민신청과 그 현황에 대한 질문도 제기됐다. 이 변호사는 남해안 항구를 통해 입국한 러시아인의 경우 난민 신청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며,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러시아인은 강제징집을 이유로 난민을 신청했다고 답변했다. 대한민국은 불회부 결정이 된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입국을 허가했으나, 난민 인정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다는 것이 답변의 요지이다. 실제 난민 인정을 받은 사례의 경우 강제징집 거부가 아닌 탈영을 이유로 하고 있다. 신범식(서울대학교)은 이에 대하여 강제징집기간이 6개월로 끝났고, 돌아가더라도 다시 징집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기 때문에 난민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반인도적 전쟁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인정받을 수 있으며, 낙인 효과와 차별 등이 우려되는 만큼 유럽의 사례처럼 더 유연하게 박해 사례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