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집트는 가자지구 난민의 수용을 거부하는가?
황의현(아시아연구소)
2월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와 협조하여 가자지구의 칸 유니스(Khan Younis)에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할 캠프 두 곳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집트 언론 알카히라(Al-QAheera)에 따르면 새로 건설될 캠프는 약 400개의 텐트에 난민 4,000명을 수용하는 규모로, 전기와 목욕시설 등 각종 필요 시설이 구비될 예정이다. 앞서 1월 이집트는 칸 유니스에 3,000명 규모의 난민캠프 건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집트의 정책은 결국 팔레스타인 난민을 가자지구 내에 머무르게 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 사메흐 슈크리(Sameh Shoukry) 이집트 외무부 장관은 민간인을 인도적으로 대우하겠지만 팔레스타인 난민을 이집트에 수용하는 것은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이며, 이집트는 가자지구 난민을 수용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집트의 이러한 반응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이 대거 유입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의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군이 이집트와 접한 가자지구 남부의 라파까지 지상군을 진입시켜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발표한 상황에서 더 갈 곳이 없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결국에는 이집트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정부 고위 인사들이 팔레스타인인을 가자지구에서 축출해야 한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가운데 이집트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한다면 이스라엘의 계획을 받아들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이 대거 이집트의 시나이반도에 정착하면 시나이반도가 팔레스타인 무장저항의 새로운 근거지가 되어 이스라엘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이집트가 팔레스타인인의 수용을 거부하는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 이집트는 라파 접경지역에 탱크 40여 대를 배치했으며 국경 경비를 강화했다. 한편 이집트 인권단체는 시나이반도 인권연합은 2월 이집트가 가자지구와 접한 지역에 장벽을 건설해 팔레스타인 난민을 일시적으로 수용할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여러 외신도 위성지도 조사를 통해 실제로 장벽이 건설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이집트가 기존 입장을 바꾸어 일시적으로나마 팔레스타인인을 수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