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국가,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에 하마스와의 연계 의혹 제기
황의현(아시아연구소)
1월 이스라엘은 UNRWA 직원 중 12명이 하마스와 함께 이스라엘 영토를 침범했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 중 4명은 이스라엘 민간인 납치에 관여했으며, 다른 1명은 하마스 대원들에게 무기와 탄약 등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보고서는 또한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UNRWA 직원 12,000명 가운데 10%는 하마스와 가자지구의 무장조직 팔레스타인 이슬람 지하드(Palestine Islamic Jihad) 요원이며 50%는 두 조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주장이 제기된 뒤 UNRWA를 가장 많이 지원하는 국가인 미국과 독일, 스웨덴을 포함한 9개 서방 국가가 잇따라 UNRWA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2022년 이들 9개 국가의 지원 규모는 전체 UNRWA 지원금의 절반이 넘는 총 6억 6,720만 달러에 달한다. 미국 국무부는 UNRWA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의 법이 상원을 통과하면 앞으로 UNRWA가 아닌 다른 단체에 지원금을 제공할 계획이라고도 발표했다. UNRWA에 대한 지원 중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한다는 이유로 UNRWA에 대한 6,000만 달러 규모 지원을 중단하기도 했다. 앞서 2011년에는 UNESCO가 팔레스타인을 정회원국으로 인정하자 이에 대한 항의로 UNESCO 분담금 전액을 삭감한 바 있다.
필리페 라자리니(Philippe Lazzarini) UNRWA) UNRWA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의 주장에는 근거가 없으며, 자금 지원이 중단되면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서방 국가에 재고를 촉구했다. 라자리니 사무총장은 또한 자금 지원 중단으로 가자지구 구호 활동에 필요한 자금 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했다고 지적하고 지원 중단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집단 처벌”이라고 비판했다. UNRWA는 지원금이 없으면 2월 말에는 가자지구 내 구호 활동이 중단될 상황이라고 밝혔다. UN은 하마스 연루 의혹을 받은 12명 중 9명을 해고했다고 밝혔으며,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카트린 콜로나(Catherine Colonna) 전 프랑스 외무부 장관이 대표를 맡고 스웨덴과 노르웨이, 덴마크의 연구기관이 참여한 독립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UNRWA 직원의 하마스 연루 의혹은 아직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으며, UN과 휴먼라이트워치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 자료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혐의가 UNRWA를 공격하고자 하는 이스라엘의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스라엘은 UNRWA의 팔레스타인 난민 등록 조치가 팔레스타인인들이 계속해서 난민 지위를 유지하는 근거를 제공하며, UNRWA는 역할을 다했고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UNRWA에 대한 이스라엘의 의혹 제기가 국제사법재판소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서 인종학살적 행위를 중단하고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라는 판결을 내린 그 날에 이루어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판결에서 UNRWA로 돌리려는 시도라는 비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