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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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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6일2022년 전후의 북극 거버넌스
정민기(아시아연구소)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는 2026년 10월 26일 이고르 호다체크 상트페테르부르크 유럽대학교 유라시아연구센터 소장을 초청해 「2022년 전후의 북극 거버넌스」를 주제로 강연을 개최했다. 호다체크 소장은 냉전기 미국과 소련이 전략적으로 대치했던 북극에서 냉전 말기의 정치적 해빙과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 증대를 계기로 국가 간 협력이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소련 붕괴 이후 이러한 흐름이 북극이사회의 창설과 제도화로 이어졌다고 설명하였다. 강연은 북극이사회가 환경·과학·원주민 문제를 중심으로 지정학적 갈등과 지역협력을 분리해 온 과정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러한 협력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북극이사회는 8개 북극국가와 원주민 영구참여자, 비북극 옵서버 국가를 포괄하면서 환경보호, 과학협력, 원주민 문제 등 저위정치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을 발전시켰다.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과 비구속적 결정, 과학·환경 분야의 광범위한 연구협력은 이러한 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던 주요 조건이었다. 특히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에도 지정학적 갈등과 북극협력을 일정 부분 분리하는 구획화가 유지되었으며, 이러한 협력방식은 ‘북극 예외주의(Arctic exceptionalism)’로 설명되었다.
그러나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를 제외한 7개 회원국이 공동 활동을 중단하면서 기존 협력체제의 작동 범위는 크게 축소되었다. 이후 일부 사업과 실무그룹의 온라인 활동이 재개되었으나, 러시아 북극지역의 기후·환경 데이터 활용과 현장조사, 장비 유지가 어려워졌고 국경을 넘나들던 원주민 교류도 제약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공동 연구센터와 정부 간 위원회 등 양자협력 기제를 확대하고 있으며, 북극이사회의 개방성·투명성·다중 이해관계자 참여와는 다른 형태의 협력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향후 북극 거버넌스는 북극이사회를 통한 협력의 복원, 러시아-중국 북극과 서방 북극의 분절, 제한적인 과학협력과 군사적 존재 강화가 병존하는 상황 등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북극 예외주의가 그대로 복원될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협력이 재개되더라도 어업, 과학, 원주민 교류 등 개별 사안을 중심으로 선택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북극항로 역시 기존 아시아-유럽 운송망을 대체하는 주력 항로보다는 자원수송과 비상시 활용할 수 있는 대체항로로 평가했으며, 러시아-중국 협력에서는 단기간 내 공동 군사자산이나 광산개발보다 에너지 분야가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강연 이후의 질의응답에서는 이러한 북극 거버넌스의 변화가 실제 협력과 각국의 이해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어졌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옵서버 국가의 역할과 북극항로의 경제성 및 향후 활용 가능성,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협력이 집중될 분야, 양국이 구축하고 있는 병행 제도와 북극이사회의 관계가 주요 쟁점으로 다루어졌으며, 원주민 협력과 미·러 관계의 변화 가능성도 함께 논의되었다. 특히 유라시아의 연결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중앙아시아를 경유하는 중부회랑 및 TRIPP와 북극항로의 관계에 관한 질문도 제기되었다.
호다체크 소장은 북극항로가 대륙의 철도나 운송망과 직접 경쟁하기보다 자원수송과 비상시 대체항로로서 상이한 기능을 수행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한편, 러시아 역시 자국을 우회하는 유라시아 연결망 자체를 일률적으로 배제하기보다 그 과정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향후 북극 거버넌스가 재편되는 과정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과 비지역 이해관계자의 발언권이 이전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였다.
특정한 공간에 관여하는 모든 행위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보편적인 규범과 규칙을 형성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각국이 자국의 이해를 중심으로 북극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책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북극을 둘러싼 경쟁이 제로섬의 논리로 전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북극질서 속에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보다 능동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북극이사회 옵서버 국가로서 한국이 확보하고 있는 지위와 기존의 협력 기반을 적절히 활용하면서도, 북극이사회라는 제도적 틀에만 협력의 범위를 한정하기보다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하여 북극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다양한 행위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이해가 맞닿는 영역에서는 협력의 공간을 넓히고,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에서는 이견을 관리해 나가는 유연한 접근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