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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 이주·난민연구단 <MRD 포커스> 3월호: 요르단의 시리아 난민은 어떤 도전에 마주해 있는가2024-03-28 21:07
작성자 Level 8

요르단의 시리아 난민은 어떤 도전에 마주해 있는가

 

황의현(아시아연구소)

 

요르단에는 약 140만 명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레바논에 이어 아랍 국가 중 가장 많은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다. 이중 유엔난민기구(UNHCR)에 등록된 난민은 약 65만 명이다. 난민 일부는 자타리와 아즈라크 캠프에 머무르고 있으나, 대다수는 요르단 도시 지역에 거주한다. 난민이 캠프를 떠나 요르단 내에 거주하거나 취업할 권리를 얻기 위해서는 UNHCR에 등록된 신분이고 요르단 내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나, 허가 없이 빠져나와 정착하는 사례도 많다. 난민캠프의 열악한 상황은 난민들이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서라도 캠프를 빠져나가려고 하는 주요 동기다.

 

레바논의 시리아 난민이 강제 송환의 위험과 차별 등에 직면한 것과 달리, 요르단 사회는 시리아 난민에 수용적이며 난민에 대한 포용적이고 동정적인 여론도 레바논보다 강한 편이다. UNHCR이 수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난민 수용과 지원을 지지하는 응답률은 약 80%에 달한다. 시리아 난민을 같은 순니파 무슬림으로 보는 문화적 동질감이 긍정적 인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요르단의 시리아 난민에 관한 이러한 전반적인 상황은 20242월 이루어진 현지조사에서도 부분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암만 서부 자르카(Zarqa) 지역에 거주하는 시리아 난민들은 공통적으로 난민 캠프를 거쳐 정부의 허가를 받아 자르카에 정착했으며, 요르단 사회가 시리아 난민들에게 보여주는 인식에 관해서도 전반적으로 우호적이라고 언급했다. 시리아 난민들은 또한 요르단도 아랍 무슬림 사회로서 적응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난민 캠프의 열악한 환경도 난민들이 공통적으로 밝힌 내용이었으며,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일자리가 없는 상황도 시리아 난민들의 생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이 만난 난민들은 모두 정규 일자리가 없이 임시 노동이나 가사노동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생활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했다. 법적으로 불안한 지위 또한 난민들이 처한 어려움이었다. 한 난민은 허가를 받지 않고 캠프를 빠져나왔을 때 교통사고를 당한 상황에서도 경찰에 체포되어 다시 난민 캠프로 돌려보내질 것이 더 두려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에 관한 증언도 있었는데, 한 예로 한 난민은 고용과 임금 수준에서 시리아 난민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하기도 했다.

 

난민들은 시리아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시리아 내의 상황이 안정되지 않았고 생활 기반이 완전히 파괴되었기에 돌아갈 수 없다고 응답했다. 장기적으로 난민들에게 가장 큰 걱정은 자녀들의 교육 문제로, 요르단의 학교에 다니기 위해 필요한 서류와 법적 지위가 없어 자녀가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난민은 처음에는 서구권으로 재이주할 생각이 없었으나, 자녀의 교육과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위해서는 서구권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