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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 이주·난민연구단 <MRD 포커스> 2월호: 통역과 함께하는 난민 인터뷰 - 트라우마 유경험자와의 삼자대화, 통역사와 연구자 보호 -2024-02-08 11:19
작성자 Level 8

통역과 함께하는 난민 인터뷰

- 트라우마 유경험자와의 삼자대화, 통역사와 연구자 보호 -


호모인테르(1) 박재윤, 오유현 공동대표


 

들어가며...

서울대학교 중앙아시아센터 이주·난민연구단경계를 넘는 이주자로서 유라시아 난민 연구: 이주 동학의 다면적 변화와 영향이라는 제하의 연구 일환으로, 본 교육 프로그램은 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자, 학생 및 일반 시민 대상 참여형으로 11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다. 본 고는 두 번째 시간에 진행된 <트라우마 현장에서 연구하기: 연구참여자와 연구자 보호>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난민 인터뷰의 경우 통역이 함께하는 경우가 많고, 그 내용의 측면에서도 트라우마적인 경험을 담고 있다. 앞선 달에는 회복에 기여하는 인터뷰와 같이 연구대상자인 난민의 보호와 회복을 중심으로 난민 인터뷰를 살펴보았다면, 본 고에서는 통역사와 함께하는 인터뷰, 삼자대화’(Trialogue)가 보다 더 잘 이루어질 수 있고 나아가 트라우마 유경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에 참여하는 통역사와 연구진행자 자신에 대한 보호에 보다 초점을 맞추며 작성되었다.


통역과 함께 하는 난민 인터뷰: 삼자대화(Trialogue)

 

통역과 함께 하는 인터뷰를 떠올려 보기에 앞서, 우선 지난 호에서 대화형 소통 방법’(Diglogical Communication Method, 이하 DCM)을 언급한 바 있다. , 대화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대화가 계속 진행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공감이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양자 간 상호작용을 위한 대화를 위해 통역이 함께하는 경우 난민 인터뷰는 삼자 간의 대화, 즉 트리알로그(Trialogue)의 형태가 된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도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세 사람 사이에서의 대화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아마도 세 사람이 대화에 참여하는 중에 누군가가 나의 말을, 또는 상대방의 말을 다시금 설명해 줘야 하는 상황을 경험한 적도 있을 것이다. 하물며 서로 다른 언어문화를 가진 발화자들 간의 대화라면, 또한 제삼자가 서로의 말을 각자의 언어로 통역을 해주는 통역사의 경우라면 그 복잡함의 정도는 더욱 커질 것이다.


결국 소통이 잘 되기 위한 조건 중의 하나로는 그 대화에 참여하는 모든 이가 기본적인 대화의 규칙을 알고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통역과 함께하는 인터뷰에 적용하자면, 인터뷰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 특히 연구자는 통역사와 함께하는 삼자 간의 대화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소통을 위한 통역을 위해 통역사와 준비를 함께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다자간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협업과 프로세스의 중요성

 

난민통역 현장에서는 난민 당사자에 의한 통역, 역할 경계의 모호성, 권력의 비대칭성, 트라우마 경험의 통역 등 난민통역의 특수성(2)으로 인한 예상치 못한 어려움들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개별 사례에 따라서도 다르고, 각 사례마다의 어려움들을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많은 경우 대화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이 통역사와의 협업을 통한 통역이 동반된 대화 구조에 대한 마인드세팅(3)이 갖춰진다면 많은 부분 보완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통역의 프로세스들을 인지하고 실천하게 되면 어려움을 완화시킬 수 있다(4).

 

, 통역과 함께하는 인터뷰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상황을 미리 예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통역프로세스 전중후 중 또는 준비 단계에서 이루어질 것을 우선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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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통역과 함께하는 인터뷰 준비의 전, , 후 프로세스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실행한 작업 [그림1]에서처럼 가장 최초에 이루어져야 할 것은 적합한통역사를 섭외하는 것이다. 그 조건으로는 신청자와 면접을 진행하는 사람 간에 적절한 의사소통을 보장할 수 있는 통역사”(EU 비호 신청 절차 지침, APD, 2013/32/EU))(5)로서, 언어적인 측면(지역의 다양한 방언을 포함) 능력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성별에 대한 고려와 성소수자의 사례처럼 박해의 사유와 연결이 될 수 있기에 중요 인터뷰 대상자와의 사적 또는 갈등 관계가 없음이 확인되어야 한다. 적절한 통역사를 섭외한 이후에는 인터뷰에 대한 안내(연구 목적, 내용 등)가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통역사가 인터뷰 진행 중 통역하게 된 내용에 대해 추후에 제3자에게 말하지 않겠다는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 통역사로서 비밀유지라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직접 읽고 서명하는 행위는 다시금 비밀유지의 중요성에 대해 환기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보호와 안전이라는 측면이 대단히 중요한 난민 인터뷰에서는 더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그다음으로 또는 인터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터뷰 대상자가 을 하고 이어 나갈 수 있는 관계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바로 인터뷰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 간의 신뢰를 통해 형성될 수 있고 이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은 사전 안내이다. 예를 들면, 인터뷰 시작에 앞서 통역사에 대한 소개 및 역할, 그리고 정확성, 중립성, 비밀유지라는 통역사의 기본 윤리에 대한 안내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좌석의 배치를 포함한 인터뷰 환경 세팅 역시 신경 써야 할 요소로 통역사의 중립적인 역할을 강조하여 보통 삼자 간의 거리는 동일하게 권고되고 있다(6). 그럼에도 이러한 동일한 거리의 기계적인 적용보다는 다소 위축되어 있을 수도 있는 난민 인터뷰 참여자의 상태를 떠올렸을 때, 심적인 지지의 차원으로 때때로 적절한 거리 조정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직접 대화를 이루어야 하는 주체들 간의 시선처리를 돕는 것까지도 포함한다. 더불어 인터뷰 진행 간 통역의 길이는 어느 정도로 가지고 갈 것인지에 해당하는 대화의 호흡 또는 침묵이 길어지는 것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의 발생, 원하는 질문에 대해 응답이 적절하게 되지 않는 상황처럼 인터뷰 진행자와 통역사 사이 별도의 소통이 필요한 경우 등 어떻게 서로에게 신호를 줄 것인가와 같은 기술적인 측면도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에 나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디브리핑 단계에서는 통역사를 통해 인터뷰 중 제대로 소화되지 않았던 부분 예를 들면 문화적인 측면의 비언어적 요소 등에 대한 내용이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더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인터뷰 진행자와 통역사 간의 신뢰 역시 중요하기에, 특히 두 사람이 함께 작업을 한 기회가 적고 추후에 일을 연속적으로 하게 된다면 인터뷰 간 소통에서의 어려움이나 특이사항 포함 전반적인 피드백을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인터뷰 참여자 모두를 위한 보호로서의 트라우마인폼드(TII, Trauma-informed Interpreting)(7) 통역

 

앞서 통역과 함께하는 난민 인터뷰, 삼자대화(Trialogue)를 위한 협업과 프로세스적으로 체크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우리가 만나는 인터뷰 참여자가 많은 경우 폭력, 감금, 박해와 같이 트라우마적 사건의 유경험자라는 것과 이들을 통역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염두하였 때 TII에 따라 고려할 주요 사항(8)들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안전한 통역 환경 조성

- 대리외상(Vicarious Trauma)(9)

- 대리외상 완화를 위한 ABCs(Awareness, Balance, Connections & Self-Care)

 

우선 회복에 기여하는 인터뷰에서 연구자가 그렇듯이 통역사 역시 그러한 회복의 기여 역할에서 예외는 아니다. 앞서 프로세스에서도 언급한 난민의 안전과 보호의 이슈, 힘의 회복이라는 측면을 위해 안전한 통역 환경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

 

안전과 보호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우선 난민을 위함도 있지만 인터뷰 현장에 있는 또 다른 존재인 통역사를 위함이다.

 

통역사들은 다른 사람들의 충격적인 경험에 대한 설명을 들음으로써, 정서적으로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단지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을 넘어서는 방식으로 어려운 내용에 관여하게 된다. 통역사들은 정보를 들을 뿐만 아니라, 내용을 처리하고, 의미를 추출하고, 그것을 다른 언어로 충실히 해석한 다음, 대부분 1인칭으로 내용을 음성어나 수어로 전달한다”(Bancroft et al., n.d.) (10).

 

이러한 상황에서 통역사는 그 누구보다 대리외상에 노출될 확률과 그 정도가 크다고 하겠다. 그렇기에 프로세스 과정에서도 통역사를 위하여 정신적인 충격이 예상되는 인터뷰에 대해서는 사전에 안내를 하고, 사후 역시 통역사의 상태에 대해 체크를 하고 불안, 공포, 두통, 악몽 등과 같은 대리외상의 신호에 대해서 예방 차원의 안내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인터뷰 진행 간에 통역사의 신체심리적인 상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더불어 이러한 대리외상으로 인한 징후들이 즉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기에 통역사 스스로 대리외상에 대해 인식하고, 예방과 완화를 위해 위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평상시 자기돌봄(Self-Care)의 노력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무리로서: 연구자 스스로에 대한 보호와 돌봄 기억하기!

 

앞서서 인터뷰 현장에 있는 난민 그리고 통역사의 보호와 돌봄에 대해 살펴보았다. 통역과 함께하는 난민 인터뷰, 삼자대화에서 중요한 한 축이 빠져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연구자이다. 연구자 스스로 자신의 돌봄, 특히나 트라우마적인 경험을 담고 있는 내용을 연구의 자료로서 다루는 과정에서 얼마나 그 심리적인 영향에 대해 의식하고 자기돌봄을 실천해 왔는지 자문해 본다. 물론 전체 인터뷰의 진행을 담당하고, 진행 간 긴장감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 이를 버티며 이끌어가는 것은 연구자의 몫이다. 한 참여자의 정리와 성찰 시 나눠준 키워드 중 하나처럼 몰입하되 함몰되지 않은대상과의 거리의 유지 역시 중요하다.

 

인터뷰가 공동의 대화이자 작업이니만큼 인터뷰 내에서 발생하는 영향, 관계들 사이에서의 역동들로부터 연구자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연구단으로서 함께 하는 경우 상호 간의 이해와 팀워크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안전과 신뢰의 관계를 맺으며 연구참여자 개개인들을 경청하고 기록해 가는 과정은 긴 여정일 것이다. 그 긴 여정의 하루하루를 연구자 자신과 함께하는 동료들의 안부를 물으며 시작하면 어떨까? 그리고 지금까지 만나온 여러 다양한 난민들이 삶의 지혜와 자원으로서 그러하듯, 지금 이 순간 감사함을 떠올려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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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연구에서의 예상되는 어려움과 자기&팀돌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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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정리와 성찰의 키워드

 

(1) 난민이주민 지원 단체의 실무자와 통역인을 위해 상호문화철학과 심리정서적 측면을 통합한 공공서비스통역 트레이닝을 제공하고,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는 비영리단체 https://blog.naver.com/homointer138

(2) 박재윤(2022). 상호문화중재 개념을 통한 한국 지역사회통역 개선 방안 연구, 박사학위논문(통역인의 경험 분석을 통한 지역사회통역의 특수성, 103페이지),

(3) 이를 위해 호모인테르에서는 난민지원 영역에서 법률, 의료 등 통역과 함께 하는 실무자들처럼 소통의 모든 이해관계자를 교육에 초대해왔고, 이번 교육 프로그램의 이주난민연구단에게는 통역인과의 협업을 위한 중요한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4) 난민, 이주민 통역이 있다고? https://www.youtube.com/watch?v=xNhLncsqOk8

(5) UNHCR Austria, ed. 2017. Handbook for Interpreters in Asylum Procedures. Vienna: UNHCR Austria.

(6) Ibid.

(7) 트라우마인폼드된 프로그램, 조직 또는 시스템은 트라우마로 인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영향을 인지하고, 회복을 위한 가능성 있는 경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트라우마인폼드 접근(Trauma-informed Approach)에서는 트라우마의 신호나 증상을 인식하고 실천에 이러한 관점을 접목하게 된다.(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중앙아시아센터 이주·난민연구단 <MRD 포커스> 1월호: 대화로서의 소통과 회복에 기여하는 난민 인터뷰)

(8) SYLVAN, N., & GA, I. C. A. Trauma-informed Interpreting.

(9) 이차 외상 스트레스 경험(혹은 대리외상)은 치료사, 실무자들이 직업적으로 외상 생존자들의 외상경험에 간접적으로 노출되고 공감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외상 경험자가 느끼는 것과 아주 유사한 형태의 외상 후 증상을 경험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국립정신건강센터 & 국가트라우마센터. (2020). 2020년도 재난 심리지원 종사자 정신건강 실태조사. https://url.kr/1yfwqk

(10) SYLVAN, N., & GA, I. C. A. Trauma-informed Interpre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