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활동

제목2023년 중앙아센터 광주 고려인마을 답사 2023-03-26 23:35
작성자 Level 8

2023년을 여는 중앙아시아센터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2월 20일~21일 광주 고려인마을 답사가 진행되었다. 이번 답사는 광주 고려인마을에 직접 방문하여 고려인 및 우크라이나 난민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들의 생활을 둘러보는 답사를 통해, 향후 고려인마을을 소개하는 책자를 발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앙아시아센터의 모든 구성원들은 기원, 전개, 전략, 과제 네 팀으로 나누어 고려인마을에 대해 사전조사를 하고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학술적 및 실천적 함의를 드러내는 질문을 팀별로 추리는 과정을 거쳤다.

20일 오전 9시 답사 1일차. 중앙아시아센터 구성원들은 용산역에 설레는 마음으로 모였다. 각자 간단히 자기소개 후, KTX를 타고 광주 고려인마을로 향했다. 도착한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잠시 중앙아시아 테마거리를 걸으며, 거리에 즐비한 중앙아시아 및 고려인 가게들을 둘러보고 고려인가족카페로 이동하여 점심식사시간을 가졌다. 고려인가족카페에서는 1박 2일간 함께 답사할 구성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고, 고려인들의 음식인 국시(кукси), 당근김치(марковча)와 유라시아의 대표적인 음식인 샤슬릭(Шашлык), 플로브(плов) 등을 먹으며 고려인마을의 설립자이신 이천영 목사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식사를 마친 후, 이천영 목사님의 안내에 따라 고려인종합지원센터로 이동하였다. 고려인종합지원센터로 가는 길에 홍범도 장군 공원에도 잠시 머물며 고려인들의 한민족 정체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천영 목사에 따르면, 이번 돌아오는 3월 1일에도 고려인 약 300명이 이 공원에 모여 3.1절을 기념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이후 도착한 고려인종합지원센터에서는 미리 중앙아시아센터 구성원을 위해 다과를 준비해놓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다과를 먹으며 편안히 고려인마을의 대표이신 신조야 대표와 우크라이나 난민들과 인터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우크라이나사태로 인해 약 두 달 전 광주 고려인마을로 입국한 우크라이나 난민의 이야기를 통해, 어떠한 네트워크를 통해 광주 고려인마을에 올 수 있었는지, 한국에 온 후에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 등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폴란드 난민캠프에서 선교사를 통해 고려인 남편과 자녀 등 일가족이 함께 한국으로 입국하여 현재 고려인종합지원센터에서 집과 여러 지원을 받고 있었다고 전했다. 미리 준비해간 질문들과 대화를 나누며 생기는 궁금증들을 질문해가며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고려인마을 속 난민의 삶에 대해 더욱 깊게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고려인마을의 신조야 대표는 한국에 들어오게 된 경로부터 한국에서 정착하기까지의 삶에 대해 말씀해주시며 고려인으로서 한국에서 살아가는데 겪었던 어려움들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해주셨다. 특히 한국에서 투표권을 가지기 위해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고려인들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어려움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언급해주셨다. 이후에도 다양한 질문들이 오갔다.

 

 

인터뷰가 끝난 후 바로 위 층에 위치해있는 GBS고려방송국을 둘러보며 어떤 방송이 송출되고있는지, 어느 지역에서 GBS고려방송을 시청하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GBS고려방송은 지난 2022년 3월 1일에 개국하여 광주 지역 뉴스뿐 아니라 광주 고려마을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이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하고 GBS고려방송을 통해 고려인들은 한국어를 배우기도 하였다. 이 방송은 특히 GBS고려방송 홈페이지에 접속하기만하면 전세계에서 24시간으로 바로 들을 수 있어서 미국에서도 고려인마을에 관심을 가지고 홈페이지에 질의를 남기기도 하였다.

이후 바로 옆건물에 위치하고 있는 어린이집 및 청소년센터에 방문하여 시설들을 둘러보고 그 곳에서 수업에 참관하여 고려인마을이 미래세대들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번에는 고려인 역사박물관(월곡 고려인 문화관 ‘결’)으로 이동하여 ‘고려아리랑’ 영상관람을 시작으로 고려인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고려인과 관련된 각종 기록물뿐만 아니라 사진 등 유물 전시를 통해 고려인들이 과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주와 정착을 진행하였는지 항일운동과 문화운동 등 시기적 구분을 통해 고려인들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에는 자리를 옮겨 청소년들을 위해 카페형식으로 마련된 버들시내센터에서 두 팀으로 나누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 팀은 고려인마을인근에 거주하는 다른 이주민 공동체 대표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시에, 다른 한 팀은 고려인마을의 설립자이신 이천영 목사와 광주 고려인마을에 대해 남은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내외에 있는 다른 고려인마을과 관련하여 고려인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같은 기본적인 질문에서 나아가 고려인 네트워크가 힘을 합칠 수 있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지 등 여러 방면에서 질문이 이어져갔다. 특히 이천영 목사는 고려인이 본래 한민족이었던 만큼,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아닌 국적을 회복하는 운동이 전개되어야함을 강조하며 네트워크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인터뷰를 통해 그간 사전조사를 하면서 궁금하였던 점에 대해 알아가며 고려인에 대한 관심이 일회성으로 끝나면 안되고 지속적인 연구와 관심이 필요한 것을 깨달으며 첫날 답사가 마무리되었다.

이튿날 아침이 밝고 차를 타고 새날학교로 이동하였다. 새날학교는 고려인 및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위해 설립된 대안학교로 고려인마을의 설립자이신 이천영 목사가 교장으로 근무하고 계셨다. 새날학교는 광주고려인마을의 자녀뿐 아니라 중도입국다문화청소년들이 한국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운영하여 학생들이 현실적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었다. 교정을 둘러보며 동아리활동뿐 아니라 한국어 말하기 대회, 한국문화체험, 진로탐색활동, 어울림 프로그램 등의 활동 사진을 통해 전교생 중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고려인들이 한국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주변인들의 노력이 필요한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우크라이나 난민 및 고려인 동포들을 위한 임시쉼터와 협동농장에 방문하였다. 협동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은 우크라이나에서 계절농사를 하며 지냈지만 전쟁으로 인해 국내에 입국한 후 광주 고려인마을에 설립된 협동농장을 가꾸며 생계를 유지하고 계셨다. 근방에 위치한 고려인쉼터내에서도 공동양계장을 운영하고 계시는 우크라이나 고려인동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냉장고를 개조하여 만든 달걀부화기를 통해 닭을 직접 부화시켜 사육하고 계셨다. 이렇듯 광주 고려인마을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영농경험을 살려 일자리를 제공하고, 협동농장을 통해 새로운 농촌 개발 모델을 제시하는 동시에 고려인 동포 및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생계유지 및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

이번 답사의 마지막 일정으로 점심을 먹고 이동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는 중앙아시아와 관련된 전시를 느끼며 고려인의 주제에서 나아가 한국에서의 또다른 중앙아시아를 찾아나섰다. 특히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위치한 문화정보원은 아시아문화에 대한 문화자원 수집과 연구를 통해 도서 및 아카이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전시하고, 아시아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창조적인 공간이었다. 현재 문화정보원 및 문화창조원에서는 사유정원, 좀비주의, 원초적 비디오 본색 등 다양한 ACC전시가 진행중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전시는 ‘마나스의 길’과 ‘중앙아시아의 펠트’였다. ‘마나스의 길’은 아시아 이야기 지도 시리즈의 두 번째 콘텐츠로, 키르기즈 민족의 영웅인 마나스를 통해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의 세계관과 초원의 영웅 서사시를 살펴볼 수 있었다. ‘~치’는 ‘~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마나스치는 서사시 마나스의 구송자를 일컫는다. 마나스가 실존인물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나 키르기스스탄은 1995년을 마나스의 해로 선포하며 키르기즈 민족 영웅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기억하며 키르기즈 민족의 역사를 지키려는 자세를 볼 수 있었다. 옆 복도 한 켠에 전시되고 있던 ‘중앙아시아의 펠트’는 칼팍, 카펫, 유르트 등 유목문화의 산물이자 중앙아시아의 정체성 중 하나인 펠트문화를 통해 한국에서 중앙아시아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었다.

 

 

1박2일간의 짧은 답사를 마치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마련해준 장소에서 구성원이 다같이 모여 답사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며 이번 답사를 마무리했다. 이번 답사를 통해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입국한 고려인동포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전쟁의 아픔을 공유하고 한국 입국 후 정착과정 속 겪는 어려움과 난민의 삶에 대해 이야기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한국 속의 또다른 한국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 고려인마을에서 고려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이야기나누며 고려인마을의 형성과정부터 고려인을 위한 한국의 과제까지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글: 중앙아센터 연구연수생 이현지

사진: 중앙아센터 연구보조원 정민기